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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Aug 29. 2022

내 안의 고통이 글로 뿜어져 나올 때

글 쓰는 그녀들의 이야기 2


아이가 아픕니다. 태어날 때부터 많이 아팠고 언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할지 몰라  마음을 졸입니다. 긴장과 초조함 속에서 온전치 않은 아이를 안고 살아야 하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요? 재희 씨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올  이제껏 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녀의 딸은 소화기능에 장애를 가진  태어났습니다. 소화기관에 신경절이 없어 음식물을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극희귀난치질환.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위에서 소장, 대장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에겐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배설물이 몸에 쌓이고 계속 구토를 하고 염증을 일으켜 결국 장기가 썩게 되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1 넘게 입원 생활을 했고 집에서도 링거를 달고 삽니다. 장루(인공항문)  밖에 내서 언제 어디서든 코알라처럼 등에 주머니를 달고 다닙니다. 성장기에 맞춰 아이 입에 이유식을 넣어주고 반찬 걱정을 해 보는 게 그녀의 소원입니다.


"아이가 완치될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녀는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오열하기도 하고, 한동안 깊은 우울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했어요. 정신 차리고 아이를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다가도 이내 마음이 무너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니겠어요.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생존을 위한 기본 요소인데  아이에겐 이마저 허락되지 않았으니  억울하지 않았겠어요.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속엔 아이가 아픈  자신의 탓이라는 자책감이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녀가 힘든 마음을 내비칠 때마다 남편과 다른 가족은 아니라고 화를 냈죠. 하지만 어미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자책하고 후회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내다 끝내  몸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어요."


그녀가 글쓰기 모임을 찾은 건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휴직했을 때였습니다. 잦은 입원과 통원치료를 감당해야 했기에 그녀는 생계를 위한 다른 대안을 고민 중이었습니다.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구요. 학창 시절 국어시간을 가장 싫어했던 그녀에겐 컴퓨터 하얀 화면은 공포 그 자체. '글을 좀 쉽게, 빨리 쓰고 싶다', '글 쓰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라는 바람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  이야기부터 출발합니다. 세상에 내가 가장    있는 , 나만 알고 있는 유일하고 특별한 소재는 바로  자신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아픈 아이와 반복되는 일상,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미세한 감정으로 하얀 화면을 까맣게 습니다. 고통스러운 상처를 글로 쓴다는  쉽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인다는  더더욱. 하지만 그녀는 매일 하나씩  구석구석 박혀 있는 총알을 빼내듯 그렇게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서로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던 이들이 모였다는 게 그녀를 자유롭게 했죠. 우리는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넋두리를, 때로는 몰아치듯 쏟아내는 그녀의 마음을 가만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당시 글쓰기 모임에선 자신의    하나를 골라 낭독했어요. "선생님이 대신 읽어주셨으면 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주제였죠. 이미 읽고 피드백을 드린 글이라  내용을  알고 있었어요. 글의 말미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녀의 바람이 적혔어요. "천사 같은  , 네가 어느  거짓말처럼 괜찮아져서 엄마  살려주라." 더는 소리 내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간신히 삼키고 고개를 들어 보니 다른 멤버들의 눈은 이미 벌겋게 부풀어 올랐더군요. 30, 40, 50. 각자 인생을 다른 시간으로 살아온 우리는 아무 말도    한동안 그렇게 울었습니다.


글을  쓰는 스킬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강의를 하고 모임을 이끌며 느끼는 , 세상에서 가장   글은 진실된 글이라는 거예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담담히  내려진 글이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쓰인 글은 자신을 치유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위로하니까요.


"  쓰는 방법이나 배워볼까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암울하고 답을 찾을  없을  같던 현실도 글로 써서 읽어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더라구요. 답답하고 억눌린  해소되지 않았는데 진짜 무슨 짓을 해도 나아지지 않았던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글쓰기 모임은 제게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달라진  느껴요, 선생님."



이후로 그녀는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했고 블로그 글쓰기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표정이 한결 밝아진 건 말할 것도 없구요. 무엇보다 그녀의 변화에 남편이 웃습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 모든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되죠.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정리하고 앞으로 갈 길을 꿈꿉니다. 나만 유난히 불행할 수 있지만 미래까지 불행을 이어가는 건 내 선택이에요. 그녀는 글을 쓰며 과거에 묶였던 고리를 조금씩, 단호하게 끊어갔습니다.


글쓰기가 사람을 세우고 삶을 나누고 생명을 살린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글쓰기 모임. 그 믿음이 옳았다는 걸 그녀를 보며 더 깊이 깨닫습니다. 글쓰기로 묶어진 우리는 어느새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됐구요. 친한 친구와 수다 떨러 가는 것처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신나고 설렙니다. 내 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쓰는 일에 용기를 내게 하니까요.




그녀와 함께 했던 글쓰기 모임, <라라프로젝트2.0>을 오픈합니다.

마음을 나누고 함께 글을 쓸 여러분을 기다려요:)

기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라라프로젝트2.0> 강의 모임 피드백까지_9월 입문과정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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