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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Apr 22. 2024

우리 아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늘었다는 기사가 났다. 이름하여 '학교 밖 청소년'. 엄밀히 말해 공교육을 빠져나간 아이들이다. "의무교육 밖으로 밀려난 '학교 밖 초등학생'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새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 채 B양은 학교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기사에서 바라보는 '학교 밖 청소년'은 안전한 어항 밖으로 튕겨나간 부적응자처럼 묘사됐다.


기사 내용처럼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집에서 나오지 않은 '은둔형', 사회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비행형'처럼 부정적인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지만, 사실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은 다양하다. 검정고시나 다른 방법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 직업 기술을 배우거나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아이들도 있다. 상황에 떠밀려 학교 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라고 치부하지만 자발적으로 학교 밖을 선택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초등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기 전에 학교를 그만뒀다. 대안학교를 가기 위해서였다. 공교육에 머물 수 없어 대안교육을 택한 게 아니라, 대안교육을 받고 싶어서 공교육을 탈출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정확한 순서는 이와 같다.  

1. 아이들이 다닐 대안학교를 결정한다  

2. 다니던 초등학교를 자퇴한다

3. 대안학교에 입학한다

4. 학교에선 '정원 외 관리대상'으로 분류되고 곧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그러니 '의무교육 밖으로 밀려난' 것도 아니고,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창 시절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우선했고, 그러려면 입시교육이 최종 목표인 공교육보다 졸업 후 진로에 상대적으로 넓고 다양한 시각을 견지한 대안교육이 낫다고 봤다.


학교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아이들이 '멀쩡하게' 학교를 잘 다녔다. 굳이 집 앞에 있는 학교에서 빼내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야 할 '강제적인' 이유는 없었다. 당시 우리 집은 내가 일을 그만두고 남편 월급으로만 근근이 살아가는 외벌이었다. 나랏돈으로 무상 교육을 누려도 시원찮을 판에 연간 1인당 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는 가당치 않았다. 수년을 고민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 자신의 앞길을 주도적으로 찾을 수 있다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견에 남편과 나는 뜻을 같이 했다. 집안 어른들의 걱정과 반대는 그다음 난관이었다. 직접 맞닥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아팠다. "꼴 같지도 않은 학교에 보내려고 멀쩡하게 학교 잘 다니는 애들을 빼내냐?"는 말을 들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론, 올해 고2, 중3인 두 아이들은 행복하다. 지난 6년간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한 적이 없다. 물론 공부는 어렵고 숙제는 많으며 시험은 괴롭다. 하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의 친밀도는 높고 선후배 관계는 끈끈하다. 한 학기가 마무리될 때마다 우린 가족회의를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한다. 지난 학기 최선을 다해 생활했는지 앞으로 계속 학교를 다닐 마음과 자세가 있는지를. '내가 적절한 곳에 있는 게 맞나' 아이들은 스스로 묻는다. 더불어 등록금 내고 엄마가 매일 먼 거리를 데려다주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지 않고 감사하게 누리기를 부모인 우리는 바란다.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대학 안 가도 오케이'라는 부모에게 보란 듯이 아이들은 글로벌 대학 랭킹을 찾아가며 '드림 스쿨' 리스트를 만든다. 자신이 잘하는 것, 원하는 것,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은 묻고 고민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신나게 살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공부하니 안 하니, 그래서 대학을 가니 못 가니 하는 씨름은 아직까지 크게 해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아이들 교육에 대해 물어보면 해줄 말은 많지만 늘 조심스럽다. 공교육에서 벗어난 우리는 나름 '자유 영역'을 만끽하고 있으나 감당해야 할 책임도 만만치 않다. 많은 이들이 걷는 행로가 아니기에 우리 아이들의 경험이 그들에게 동일하게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대안학교를 선택 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할까. 대학이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니 결국 아이의 전 일생이 말해줄 일이다. 분명한 건 아이들도, 부모인 우리도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매일 인생 가치를 배운다. 그동안 아이들의 세상은 오직 학교 안이었는데, 이제는 학교를 벗어난 세상 전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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