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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ct 08. 2021

사춘기 스마트폰, 게임 중독 걱정이세요?

요즘 아이가 스마트폰만 쥐고 있어요. 
그만 하라고 하면 화만 버럭 내서 더는 뭐라고 말도 못 하겠고. 
그 집 애들은 게임 안 해요?


열다섯 살, 열세 살. 사춘기 두 아들을 둔 지라 주변에서 종종 묻곤 한다. 게임과 영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 이를 바라보는 부모.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우리집은 심심하다. TV 시청은 제한적이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은 없다. TV가 거실 한가운데 자리하지만 좀처럼 전원을 켜지 않는다. 주말, 스포츠 빅 매치나 야구 경기를 위해 정해진 시간 안에서 가동될 뿐이다. 그래도 TV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남편의 주장을 존중해 15년째 '보관'중이다. TV의 존재는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나.


© mojzagrebinfo, 출처 Pixabay


TV를 끈 건 큰아이 다섯 살 쯤이다. 화려한 영상이 아이들 뇌 발달에 해가 된다는 걸 알고는 그날 이후 TV 코드를 뽑았다. '뽀로로'만 뚫어지게 쳐다보느라 정작 엄마가 부를 땐 아이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에 냉큼 TV를 껐다. 엄마 말은 듣지 않는데 뽀로로 말에 반응하는 아이. 생각만 해도 속상했다. 물론 내가 맞벌이로 일하느라 시어머니가 두 아이를 돌봐야 했을 땐 우리집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TV 만화가 무한 상영됐다. 돌 갓 지난 둘째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걸 보며 'IT 천재'라고 감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영유아기, 미디어에 제한 없이 노출되면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한다는 걸 안 이상, 더는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열어줄 수 없었다. 첫째는 작년 중1 생일선물로 '공부폰'을 받았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아직 휴대폰이 없다. 반에서 유일하게 폰이 없는 아이다. 첫째의 '공부폰'은 순수한 통신 수단이다. 전화와 문자, 사전 찾기만 가능하고 어떠한 애플리케이션도 설치할 수 없다.


게임도 언감생심이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건 지난해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숙제는 책을 찾아서 했고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땐 무조건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수업 이외 사용할 때는 용도를 밝혀야 한다. 둘째는 블로그를 한다. 엄마 옆에서, 30분 동안 포스팅을 하는 게 원칙이다.


물론 모든 미디어를 차단했을 때 아이들은 반발했다. 다행인 건 엄마 말이 먹히는 다섯 살, 세 살이었던지라 반발의 강도가 크지도 오래가지도 않았다. 버틸 만했다. 두 녀석에게 왜 TV를 꺼야 하는지 끊임없이 설명했다. 주변 어른들의 '충고'도 만만찮았다. '그렇게 유난스럽게'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애들이 학교 가서 친구 게임하는 것 보면 더 쉽게 중독된다는 논리였다. 그럼 늦되 배운 술은 알코올 중독을 부르나? 그럴 때마다 마음은 힘들었지만 그저 내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아이들을 위해 중요한 게 무엇인지 확신이 든 이상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심심하다고 엄마를 들볶는 시간을 견디고 나니 아이들이 몸으로 놀기 시작했다. 둘이 친구 삼아 집 안에서 양말을 돌돌 말아 하키를 하고 물안경을 낀 채 쇼트트랙을 돌았다. 종이컵 1000개로 성을 쌓았고 종이박스를 자르고 테이프를 붙여 자동차를 만들었다. 집은 물론 미니멀 라이프와 거리가 멀었다. 덕분에 자기만의 동굴 속에 처박힌다는 십 대 청소년이어도 여전히 두 녀석은 집 앞 학교 운동장에 나가 뛰어논다.


이랬던 꼬맹이들이(좌) 이렇게 자라서(우)


그리고 책을 읽는다. 역시 어른이나 아이나 심심해야 책을 본다. 큰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책을 폈다. 물려받은 아동용 전집, 고전 문학을 다 읽고 엄마가 읽던 책도 슬며시 끌어다 읽는다. 이제 점점 엄마의 독서 영역을 넘어선다. 둘째도 형만큼은 아니지만 형 따라 책을 읽는다. 어휘력이 심히 부족해 어이없는 말로 우리를 웃기지만 책 읽는 재미를 느끼니 그냥 두어도 될 듯하다.


미디어를 차단한 동시에 아이들에게 매일 체크리스트를 기록하게 했다. 학교 숙제, 몰입 독서, 말씀 암송, 성경 통독, 악기 연습을 중심으로 때마다 할 일을 더하고 뺀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그때부턴 뭘 하고 놀든 자유다. 시간이 남았다고 공부를 더 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체크리스트에 없는 걸 더 시키지 않는 게 포인트다. 덕분에 아이들을 스스로 할 일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미디어를 줄이면 생각보다 얻는 유익이 많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게임 때문에 아이와 싸울 일이 없다. 미디어를 지혜롭게 절제하며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두고 아이와 씨름하며 근심하는 부모를 더 자주 본다. 그렇다고 사춘기 아이들에게 당장 스마트폰을 뺏고 게임을 막으면 분명 반발이 거셀 거다. 가장 좋은 건 미디어의 유혹에 넘어가기 전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 달콤한 그 맛을 알면 아이들이 배겨내기 힘들다. 어른도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미 미디어와 친구가 됐다면 부모가 아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을 형성하는 게 우선일 게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누구인지, 게임이 뭔지, 왜 좋아하는지 마음을 읽어주는 거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마냥 미디어에 빠져있는 게 왜 위험한지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큰아이 친구들 중에는 끝도 없이 빠졌던 '아이돌 덕후' 생활을 스스로 정리하고 알아서 피처폰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엄마, 아빠와 관계가 좋아 늘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다그치면 될 일도 안 된다. 감정이 상해서 아이들이 마음 문을 닫으면 그땐 돌아서기 힘들다.


이래도 여전히 미디어와 우리는 씨름을 한다. 부지불식간에 아이들 시야로 파고드는 자극적인 뉴스와 영상은 강력하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지만 머리가 커가면서 어찌 될지,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어찌 변할지 모른다. 아이에게 마음을 담아 오늘도 말한다. "아들, 엄마는 널 믿어. 다만 미디어를 못 믿을 뿐이야. 네가 마음의 힘이 생길 때까지 좋은 것만 보고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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