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의 시간이 같아지는 경계에서
열다섯 살의 나는 사춘기를 보냈다.
사십 줄에 가까워진 지금의 나는 사십춘기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인생의 정점에서,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갈 나이에, 나는 15세의 나와는 또 다른 혼란을 겪고 있다.
열다섯의 나는 믿었다.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나는 자주적인 어른이 되어,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선택하며 살게 되리라.
그 자유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억압적인 교육, 불합리한 질서에 분노하면서도 우정과 열정, 호기심으로 채워진 괴롭고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정말 스무 살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의 구태 교육 앞에서 자아는 여전히 무력했다. 주민등록증으로 술집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이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자유를 쓰기로 했다.
술에 취해 새벽을 지새우고, 전시와 공연, 영화에 홀리듯 빠져들며 텅 빈 지갑을 달래기 위해 집까지 걸어 다니기도 했다. 머리카락을 탈색하다 뭉텅이 잘라내며 단발이 되었을 때조차도 그게 자유의 표식처럼 느껴졌다.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 나는 나름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났다고 믿었다. 아르바이트로 밥값을 벌면서 ‘이제 나는 진짜 성인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십을 마주한 지금, 나는 또다시 내 앞날을 걱정한다.
40이란 나이는 신기한 나이다.
욕구만 안고 태어나, 20년 동안 사회화 훈련을 하고, 어른이란 타이틀을 받는다.
그리고 어른으로, 나를 찾은 20년이 지나 아이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
마치 춘분과 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순간 같이 말이다.
잠시 균형을 이루는, 그러나 곧 지나가버릴 짧은 시간. 삶의 길로에서 내가 꿈꾸던 어른을 생각해 본다. 십 대의 내가 꿈꾸던 어른은 밝고 건강하며 본인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들이었다. 어른이 된 지 20년이 된 지금도 나는 아직도 앞날을 겁낸다.
꿈만 가지고 살며 이룬 거 하나 없는 난, 내 노년을 버틸 수 있을까... 내 사십춘기는 사춘기만큼 강렬하지 않지만 그보다 큰 조용한 태풍이 마음에서 돌고 있다. 난 아직도 본인을 책임지는 어른이란 느낌이 아직 없다. 내 마음엔 계속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살고 있다.
내 부모는 나이가 들었고, 이젠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줘야 하는 일이 많다. 부모의 잔소리 보다 내가 부모에게 더 많은 잔소리를 하는 날이 왔다. 하지만 난 아직도 내 앞날을 모르겠다.
난 여전히 너무 나약하다. 내가 가진 게 없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십 대의 내가 바꾸고 싶어 했던 거, 내가 꿈꿨던 사회, 내 손으로 바꾼 게 무엇이 있는가. 나는 계속 불만만 많은 사십의 꼬마다.
“열다섯의 나, 나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인가?”
나는 여전히 약하다.
사십춘기에 멈춰 선 나는 열다섯의 내 앞에 선다. 난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인가… 난 아직도 이렇게 약한데, 난 아직도 아는 게 없는데, 이뤄놓은 것 하나 없는데….
열다섯의 나...
넌 어떻게 그렇게 용감했니? 어떻게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 겁나지 않았을까?
네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