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보다 더 낯선 건 마음의 지평
외국은 무엇일까?
단순한 국적의 문제 일까? 정말 외국에 나가서도 문화가 같은 사람들,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곳을 외국이라 느끼지 못한다.
어렸을 때 여행을 가면 한인민박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하던 말은 여긴 다른 나라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민박에서 모인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여행지를 다니면서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가 통하지 않는 공포를 이겨 내기도 했다.
외국의 정의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봤다.
외국이란 문화가 다르고, 법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곳.
그렇기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긴장해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국가란 사람이 이루고 있는 큰 단위이며, 외국이라고 하는 존재는 무수히 많은 다른 언어, 문화, 생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외국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이제 해외생활 18년이 된 나에겐 외국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나의 외국은 어느 순간에도 만들어진다. 나에게 외국은 국가가 아니다. 생각이 통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생겨난다.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나와 그 사람이 서 있는 지평이 어딘지에 따라 소통이 불가능 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평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는 긴장한다. 이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려 하고 해석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사람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통은 쌍방향이기에.
이러한 노력은 처음 내가 외국에 나갔을 경험과 닮아 있었다. 그 나라의 규칙을 몰라,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 전전긍긍했던 그 모습으로 말이다.
같은 언어를 쓰진 않지만 말이 잘 통하는 사람도 있다. 우린 문화적 베이스, 살아온 환경은 달라도 같은 지평 위에 있다. 이런 사람과는 외국인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이야기가 잘 통한다. 이런 친구를 나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새부터 외국의 기준에서 생김, 문화, 언어는 부차적으로 밀려 나갔다.
나의 외국은 어느 나라에나 어느 순간에나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