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원래 꽃이었다.

나는 이미 나였다. 그리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by 발가락꽃




김춘수의 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그는 하나의 몸짓이었지만, 내가 그에게 이름을 부여한 순간 꽃이 된다.


이 문장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는 내가 이름을 부르기 전에 이미 존재했다. 단지 내 인식 안에 들어오지 못한 상태였을 뿐.



우리는 선택적으로 세상을 본다. 많은 것을 보고 듣지만, 그중 일부만을 진정으로 인식한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듣고자 하는 목소리에 집중하며, 주변 소리는 무의식적으로 배제한다. 분명 존재하는 소리들이지만, 우리에겐 그저 웅얼거리는 잡음이 되어버린다. 관심이 가는 것에 시선을 고정하면, 주변의 사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 거기 있었지만, 관심 밖이었던 존재들.

그 존재가 내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인식된다.


내가 그를 인식할 때, 이미 존재하던 그 존재는 나의 세계에서 하나의 이름을 얻는다. 마치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던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해지는 순간처럼. 익명의 타인이었던 사람은, 내 세계에서 고유한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식과 무관하게, 꽃은 본디 꽃이었다.


누군가에게 꽃으로 불리든, 그냥 하나의 몸짓으로 남아있든, 꽃은 꽃이다. 당신은 원래 꽃이었고,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아도 이미 꽃이다.


누군가의 세계로 초대된다면 영광이겠지만, 누군가의 세계에서 꽃이 되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당신 스스로가 부른 당신은, 처음부터 꽃이었으니까.


누군가의 선택으로 당신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당신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