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

예술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

by 발가락꽃



처음 들은 외국어는 뭉뚱그려 들린다. 아무리 천천히

말해도 음절을 끊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오랜 시간 외국어에 노출되면 신경 쓰지 않아도 음절 단위로 또렷하게 들린다. 그러고 나서는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의미 파악이 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은 감성의 언어다. 이 감성 언어는 마치 다른 나라의 언어처럼 감성을 뛰어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치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가 이야기하지 않은 혹은 문장 안에서 생략한 말을 추측해서 듣는 것처럼, 예술에서도 모든 걸 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있는 돌들을 상상과 공감이라는 근력으로 뛰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해진 문법이 많지 않다. 하지만 초창기 태생의 언어처럼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속 노출되다 보면 패턴이 보인다.



어떤 예술 분야든 처음 보면 뭉뚱그려 보여 구분하기 어렵다. 어떤 게 다른 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가만히 들으면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보이고 들린다. 그리고 나중에는 어떤 게 내가 더 좋게 느끼는지도 알게 된다. 이것이 예술 언어 습득 방법이다.



처음 이 예술 언어를 접한 사람들은 이 언어의 문맥을 구분하고 끊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모르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감성의 언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몇 가지 정보만으로도 작업의 방향을 빠르게 파악한다.



마치 우리가 몇 가지 단어를 듣고 뒷 이야기를 추측할 수 있듯이 말이다.



비엔날레나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도 소위 말하는 “프로”들은 모든 걸 관람한 뒤 빠른 선택을 한다. 작업을 보면 이 작업이 괜찮을지 대략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은 빠르게 지나간다.



얼마 전 프랑스 문화 기관 견학에서, 작품 선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좋지 않은 작업은 중간쯤에서 이미 전문가 층이 빠지고 일반 관객들만 남는다고 했다.


다음에 이야기하겠지만 취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크게 "괜찮은 작업"을 보는 것은 전문가라면 판단이 가능하다. 그 작업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전문가들이 작업을 선정할 때 좋지 않은 작품을 빠르게 패스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이 ‘감성 언어에 대한 숙련’ 덕분이다.



이건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전문 분야가 그렇다.

떡잎을 알아보는 건 그 분야 전문가다. 될성부른 떡잎이라도 식물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잎사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