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Oct 15. 2022

피봇팅하는 사람

2022.10.14

쿠팡 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 <유니콘>은 맥콤이라는 벤처 기업을 배경으로 한다.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가치 10억 달러, 약 한화 1조 원 이상(현재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1조 4천억 정도 될 것이다)인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하는 맥콤 CEO인 스티브(신하균)는 쉴 새 없이 피봇팅(pivoting)한다.



피봇(pivot)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중심, 중심축이라는 명사적 의미와 회전하다, 회전시키다의 동사적 의미까지 담겨있다. 피봇팅은 회사의 인적 구성이나 핵심기술을 바꾸지 않고 사업의 방향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중심점 피봇은 고정한 채, 방향만 바꾼다는 뜻으로 벤처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걸로 남성 머릿결을 차분하게 만드는 챠브네 사업을 진행하더니 돌고 돌아 연애 매칭 어플 사업을 하고 시니어 회원이 증가하자 시니어 전용 매칭 어플로 사업 방향을 바꾼다.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운영했으나 해킹을 당해 짐바브웨 회원만 이용할 수 있게 지만 오히려 가입자가 폭증하자 또다시 피봇팅 한다.



맥콤이 챠브네 사업을 운영할 때에는 유니콘 기업은커녕 앞으로 운영은 가능할지 걱정되었다. 시트콤적 허용이었다 할지라도 챠브네로 피봇팅  맥콤에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다 실버 연애 매칭 앱으로 이동하면서 점점 시장과 사용자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묘하게 안심됐고 마지막 화에서 짐바브웨로 시장을 옮기며 피봇팅을 외칠 때에는 유쾌한 가능성까지 느껴졌다.



기획하고 도전하는 단계에서는 어디서 수익을 낼지, 성공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봇팅을 하며 항해를 떠난다.



스타트업계만이 아니다. 사람도 피봇팅을 한다.

목적지를 재설정하며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향해 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목적지만 고수하면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 실행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면 고이게 된다. 반대로 너무 자주 피봇팅 하면 무언가를 이루기 전에 표류하게 된다.


너무 자주 피봇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항해를 위해 가끔 방향을 바꾸는  필요할 때가 있다. 올해 피봇팅을 하며 용기와 실행력이 필요했다. 아직 도착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곳이 비로소 내가 가고 싶던 곳임을 깨달았다. 표류하지도 고이지도 않기를. 나의 피봇팅이 성공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팝업 창이 뜨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