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8
알파고가 인간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난 뒤 6년이 흘렀다. 이제 바둑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세돌 국수가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인간의 마지막 승리를 남긴 뒤, 인공지능은 바둑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분야에 진출한 인공지능의 파도는 차례차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얼마 전에 파도를 맞은 곳은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였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충격을 받았고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저렴했다. 손 부위가 어색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개선되었다. 업계 전문가는 인공지능의 착상과 아이디어에 가장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을 잘 그렸는지, 채색이 어떠한지는 이미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키워드 몇 개만 넣어도 몇 초 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결과물을 보며 아이디어로도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Novel Ai : https://novelai.net/
AI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
첫째, 그것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진입자들이 줄어든다. 둘째, 이미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양극화 된다. 최상위층 실력자만 살아남는다. 셋째, 작업방식이 바뀐다. 나머지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리터치하는 방향으로 작업방식을 바꾸어간다. 아이디어를 내는 쪽도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착상한 결과물에 사람의 터치가 몇 곳 더해지는 방식으로 나름의 고유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상력은 인간의 고유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예술분야, 창작분야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쉽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어설픈 것인지 아프게 깨닫게 된다.
파도를 맞지 않은 업계 밖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충격을 며칠 만에 잊어버린다.
바둑, 그림 다음은 어디일까. 글 쓰기 역시 AI의 파도가 몰려들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일러스트레이션 AI는 Anlatan에서 제작한 AI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다. 이미 텍스트 스토리텔링 역시 다음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sf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세상에 없는 대문호의 문체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새로운 인공지능 작가들도 등장할 것이다.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논쟁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 사용한 데이터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인류의 모든 저작물을 데이터 삼아 학습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수익은 개발회사에게만 돌아간다. 일러스트레이션이 특정 작가의 화풍을 영향받은 것 같다는 주장이 있어도 다른 논리로 반박된다. 보호할 법률이 없는 데다 모든 예술가, 창작자들이 인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때, 그 전 저작자들에게 보상하지 않듯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법제화에 대한 논의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제도화되더라도 저작권 논쟁에서 피하기 위해 여러 화풍을 섞고 더 많은 데이터를 섞을 것이다.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제도화 과정은 지난하게 진행되겠지만 그전에 인공지능의 파도가 이미 우리를 덮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