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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Oct 24. 2021

오늘의 구름




   문득, 문득, 작은아버지 생각이 난다. 키가 작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말이 없었던 작은아버지. 결혼하지 않았었지만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작은아버지’라고 불렀었다. 울어줄 자식 없이 세상과 작별해야 했던 작은아버지. 내가 울어줄 자식이 당분간은 되려고 한다. 나에게도 울어야 할 핑곗거리가 필요하다. 죽음이 머물렀던 방만 골라 사는 어떤 여자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죽음 덕분에 방은 저렴하고, 아직 머물러 있는 영혼이 있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던 여자. 어릴 때 헤어졌던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지냈던 여자는 죽음과 친해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나서, 비로소 엄마를 만난다. 엄마를 껴안으려 했지만 껴안을 수 없었다. 죽음은 만질 수 없으니까. 죽음은 촉각이 없으니까. 촉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리 내서 울고, 보고 싶다고 소리칠까. 작은아버지가 살았던 방에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작은아버지의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삶이 연약하고 보잘것없다고 단정 짓게 될까 봐. 멀리 산다는 이유로 한 번도 작은아버지가 살던 방에 가보질 못했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나 몰래 자랑하고 다녔던 작은아버지. 신춘문예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는 마을에서 작은아버지는 신춘문예를 아는 사람이었다. 너무 늦어버린 시집이 편지처럼 가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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