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진을 이제야 정리했다. 잘 나온 사진들만 골라 사진집처럼 만들고 싶었는데, 그동안 실행하기가 참 어려웠다. 컴퓨터 폴더에 저장해놓았던 많은 사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다. 잘 나왔다는 기준이 어제와 오늘이 달라 사진을 선정했다가 삭제하고, 삭제했다가 선정하는 조금은 번거롭고 지루한 작업을 며칠 동안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총 270장의 사진을 골랐다. 사진집을 만들어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별로 세 권의 사진집이 만들어졌다. 아이가 세 살에 갔던 이탈리아.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둘째까지 네 식구가 꼭 이탈리아에 다시 가려고 몇 년 전부터 경비를 모았었다. 코로나가 모든 일상을 잠식해버린 지금, 해외여행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큰아이를 데리고 세 살 때 갔던 광장과 탑에 다시 가고 싶었는데, 젤라토를 다시 맛보고 우리가 머물렀던 작은 방에 다시 가고 싶었는데, 언제 갈 수 있을까. 우리가 아기를 안고 폭염 속을 걷던 그 여름의 이탈리아를 이제 만날 수 없을 테지. 이제 아이들은 아기가 아닌 것처럼. 경비만 모으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인데, 기약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쓸쓸해진다. 폭염 속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녔던 고된 여행에서 돋아났던 잇몸의 통증까지 그리워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