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3

by 강윤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손바닥은 손바닥을 만나 기도가 된다. 기도하는 사람에겐 그림자가 없다. 간절함이 그림자를 갖고 가기 때문. 나는 엄마의 간절한 손바닥을 자주 보았다.


엄마는 사과와 배, 생선과 나물을 나무 바구니에 담아 아주 늦은 밤, 마을의 오래된 당산나무 앞에 다다르곤 했다. 어둠을 듬성듬성 밟으며 엄마를 따라나선 어린 나의 발. 약속이라도 한 듯, 가는 내내 우리는 말이 없다.


나의 어린 마음은 엄마를 따라 고개를 숙인다. 고요는 몸을 낮추게 한다. 사랑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다소곳하게 만든다. 엄마의 지극한 손바닥은 가족의 건강을 향해 있다. 기도는 단순하다. 기도는 최소의 말로 최대의 사랑을 품는다. 엄마는 늘 무언가가 부족한 사람처럼 애달파했다. 나는 기도하는 엄마의 둥근 등을 감싸고 있는 외로움을 보았다.


들킨 외로움을 얼굴 어느 곳에 두고, 엄마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셨다. 기도를 하고 난 뒤의 엄마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은 다음 염원으로 연결되고, 이루어진 소망은 평온한 일상으로 이어졌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세찬 바람이 불면 금세 부러질 것 같은 나의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온해야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엄마도 그럴 것이다. 길고 지루한 울음이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섬에 있는 엄마는 쌓인 돌멩이 앞에서, 오래된 나무 앞에서, 법당 앞에서 손바닥을 포개고 있을 것이다. 기도를 하며 내뱉는 중얼거림을, 쓸쓸한 반복을, 섬 밖에 있는 나는 받아 적는다. 시를 쓴다.



2025. 10. 26.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30분.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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