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5

by 강윤미

요즘 재미있게 보는 애니메이션은 편견에 관한 이야기다. 첫인상이 좋지 않은 주인공 남자는 슬며시 자신을 피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벽을 닫고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편견 없이 다가온 여자. 그 사실만으로 그를 변화시켰다. 웃게 만들고, 최선으로 일상을 채우게 만들었다.


내게도 그런 ‘첫인상이 험악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그는 우람한 체격에 무섭게 보이는 인상을 가졌다. 여고를 다녔던 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남자 사람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시인이 되고 싶어 낯선 곳으로 대학을 갔던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려고 노력했다. 빨리 적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피하곤 했지만, 나는 그가 아무렇지 않았다. 우리는 기숙사 매점에서 과자를 앞에 두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를 통해 외국 록 밴드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곤란한 일을 겪게 되었을 때 그가 도와주기도 했다.


벽을 세운 채 최소한의 인간관계와 최소한의 동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스무 살 시절. 그때의 나는 세상이 무섭지 않았다. 밤길도 성큼성큼 걸어 다녔고, 사람들이 좋았다. 혼자 있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된 건지, 글을 쓰다 보니 혼자가 된 건지 알 수 없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염색한 머리카락과 피어싱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나의 손은 쓰는 대로 쓰게 된다. 작가는 단어는 가지지 못하지만, 글은 가질 수 있다.



2025. 11. 9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30분.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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