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15

by 강윤미

세 살의 아이와 이탈리아에 다녀온 후, 우리는 늘 이탈리아를 꿈꾸며 살아왔다. 40도에 육박하는 여름에 세 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느라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빛나는 인생의 순간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재작년 2월, 우리는 12년 만에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둘째는 처음으로 가는 유럽 여행이었다. 둘째가 보고 싶다는 에펠탑이 있는 파리에 도착한 첫날,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제법 쌀쌀했다. 신혼여행으로 갔을 때, 남편과 둘이 걸었던 파리의 다리와 골목을 네 식구가 걸었다. 비가 쏟아졌다. 에펠탑에 올라갔을 때 비가 그쳤다. 저 멀리서 무지개가 꽃처럼 피어났다. 무지개를 본 기억이 너무 오래된 탓일까.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의 장면같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며칠간의 파리 여행 후, 이탈리아 피렌체에 갔다. 피렌체는 특히 내가 사랑하는 도시다. 414개의 계단을 올라 두오모 꼭대기에서 마주한 피렌체의 아름다움은 늘 이 도시에 처음 온 것 같은 산뜻한 황홀을 선사한다. 두오모 위에서 또 한 번의 무지개를 보았다. 두 번의 무지개를 보았으므로 이번 여행은 평생 기억될 일만 남았다.




2026. 1. 18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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