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11
강윤미
일요일마다 우동을 먹었다
우동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쉽고 간단한 우동이 일요일엔 제격이었다
우동 국물이 떠오를 때면 일요일의 냄새가 났다
일요일마다 체스를 했다
부루마불은 허황된 꿈을 갖게 했고 카드는 규칙을 모른다
체스는 그럭저럭 가만히 손만 까딱하면 됐다
일요일마다 검은 바다를 생각했다
화장할 필요가 없는 일요일엔 바다의 민낯을 떠올렸다
깊게 차오른 바다의 검푸른 살결을 만지고 싶었다
일요일의 식탁엔 우동 그릇이 있다가 체스판이 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의 검은 바다를 막연히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
식욕을 채우는 것은 식상한 일과여서
일요일의 의자엔 일요일 대신 일요일의 애인을 앉혔다
검은 바다를 국자로 풍덩 떠서 우동 그릇에 담고
체스의 말을 길게 늘어뜨려 일요일의 면을 만들면
일요일의 식탁은 식탁보를 바꾸고 새로운 꽃으로 몸을 치장했다
일요일의 애인은 검은 바다를 흡입하면서
일요일의 시체를 생각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녁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