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17
강윤미
커피가 식는 몇십 여분의 시간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의 집으로 돌아간다
섬에 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계속 섬에 계실 것이다
떠나간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들의 총량을 지키려 애쓰는 섬
바닷물 위에 흔들림 없이 떠 있다
물이 커피가 되어가는 갈색의 시간
잠이 들지 못하는 몸을 이끌고 나는 침대에 누워 노래를 부른다
할머니의 체온은 모호한 시간을 훔쳐 와 노래에 스민다
스민다, 스며서
밤은 허밍
노래가 유리처럼 깨져 밤의 분자가 사방으로 흩어질 때까지
우리 둘은 허밍의 곁에 노래의 자식처럼 눕는다
피가 묻은 밤의 세포는 태아였던 나를 안아줬던 최초의 세계
할머니는 피가 영원히 묻지 않는 그곳으로 가서
내가 끊어버린 노래의 끝을 부를 것이다
섬에 있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는 일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