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게세에서 읽는 시 17
강윤미
비뚤어진 콧날에 목을 길게 늘어뜨린 죄수들이 벽에 기대어 있다 비스듬한 증오를 품었던가 지루한 몽상을 하는가 눈에 고인 푸른빛이 미치르의 파랑새처럼 화폭을 날아갈 듯 가볍지만 날아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연꽃이 피었다 지는 그들의 눈동자, 심연 아래 지하실을 감추고 있다는 것은 옴팡한 눈이 증명해준다 그 안에서 먼지와 곰팡이를 키우는 죄수들 그들이 분주해질수록 연꽃은 겹겹이 문을 만들어 못질만 하고 있는데
별들이 천장을 뚫고 들어와 나는 잠을 설친다
얇은 잎을 하나씩 벗기며 안으로 들어가는 사내들 그림에 붙들린 나이는 더 이상 칠해지지 않고 세월만 늙는다 그들의 그림자가 바닥에 축축 늘어진다 화폭 안에서 뱅뱅 돌았던 그들은 심장에서 술렁거리는 표정들을 얼굴 위로 불러 모으기 바빴는데
이젤처럼 벽에 기댄 어깨를 낯선 사내가 감싸네 이 손길, 어디서 느껴봤더라 유년을 꼬투리 잡고 내리는 비는 변성기적 내 목소리 같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