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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영 Jan 30. 2019

AI 법정

AI가 법률가를 대체한 어느날

김막동은 징역2년의 형을 받았다.

그는 살인죄로 기소되었으나 변호사 X286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X386은 김막동은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으나 X286은 무차별 살인을 증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막동은 공사 중이던 빌딩 1층에 숨어있다가 그곳을 지나가던 오미녀를 뒤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김막동은 오미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둘의 생활반경에 겹치는 부분도 없었다. 오미녀는 뒤에서 신장을 찔렸는데 상당시간 살아있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김막동은 어떤 구호 활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오미녀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김막동은 엄벌에 처해 마땅합니다."

검사 X386은 무차별 살인의 기존 판례들을 재판장 X486에게 전송했다.

변호사 X286은 김막동이 현장을 떠나지 않은 것은 그가 단지 너무 무섭고 당황해서 발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혈중 알콜농도 0.18%로 심신미약 상태로 주취경감에 해당한다고 해당 자료를 전송했다. 정상적인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에서 피해자를 구호하는 활동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X286은 김막동에 대한 탄원서 1만 건을 전송했다. 이 탄원서는 AI가 예측한 동일 성향의 인물 20만 명에게 발송되었고 그들 중 1만 명은 후일 자신도 이러한 처치에 놓일 경우 X286이 속한 로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동의했다. 요건은 완벽하게 충족되었다. 정확한 주소와 이름, 이메일이 이미 수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X286은 오미녀의 삼촌으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도 전달했다. 직계 가족들은 처벌을 원하고 있었으나 처벌을 원한다는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X286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합의자를 찾아내 접촉해서 성공했다. X286의 합의 성공률은 98%에 이르렀다. 2%의 실패는 유족 친척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경우에 한했다.

X386은 김막동이 일면식도 없는 오미녀를 찌른 것을 보아 여자가 지나갈 때를 기다려 뒤에서 달려들어 무차별 살인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X286은 길을 잘못 들어 공사장에서 헤매다가 우연히 공사장에서 손에 쥔 송곳을 들고 나오다가 오미녀가 먹고 버린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면서 오미녀를 찌른 것이라 주장했다.

X386은 오미녀가 바나나를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X286은 오미녀의 부검 때 위장에서 바나나가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X386은 그것은 오미녀가 퇴근하다가 들른 카페에서 바나나 쉐이크를 먹었을 뿐이라고 말하며 해당 영수증을 제출했다. X286은 그것만 봐도 오미녀가 바나나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하며 바나나를 먹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는 한 김막동의 오미녀가 버린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졌다는 주장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X386은 당시 현장에서 바나나 껍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X286은 지나가던 고양이가 물고 갔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X386은 송곳이 정확히 신장과 혈관을 찔렀기 때문에 김막동은 전문적이 킬러였다고 주장했으나 X286은 전문적인 킬러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질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판사 X486은 주취경감, 심신미약경감, 탄원서 경감, 합의서 경감, 초범 경감, 반성문 경감을 모두 합해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기가 막혀 울음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으나, 그날 언론에는 이렇게 나갔다.


공정한 AI 재판 결과 김막동 징역 2년!

사법정의의 실현, 김막동 징역 2년!

AI 재판의 공정성을 다시 한 번 증명!

모든 감경 원인이 표시된 철저한 공개 재판!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 반응을 살피고 자료를 정리한 차기 대통령 후보 보좌관 정밀한은 보고서를 썼다.


금번 사건으로 김막동은 징역2년을 받았으며 그 대가로 10억을 한대포 회장이 김막동의 차명계좌에 넣었음.

이로써 한대포 회장은 경쟁사 핵심 개발 인력인 오미녀의 아버지 오도독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 삶의 의욕을 잃은 오도독은 현재 사표를 낸 상태임. 판사 X486의 AI 코드는 원상복구시켰음. AI 재판은 공정한 것이므로 판결을 유가족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대세임. 한대포 회장이 사은의 뜻을 조만간 표시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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