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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영 Jan 19. 2016

아이를 때린다는 것

가족이야기_7

아이가 학교를 들어간 뒤의 일이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놀란 거 있지. 애들이 집에서 맞는대!"


아이가 커서 대학에 들어갔다. 하루는 체벌에 대해서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


"때릴 수도 있다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이야?"

"자기가 맞아서 사람 됐다는 말은 안 하든?"


내 말에 아이는 깜짝 놀랐다.


"맞아. 그러더라고. 안 맞고 큰 애들은 체벌은 안 된다고 하는데, 맞고 큰 애들이 오히려 찬성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그것말고 다른 경험이 없어서 그래."


매는 회피를 부른다. 회피와 교정은 다르다. 폭력은 두려움을 심어줄 뿐이다. 자신이 힘을 가지면 두려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때문에 그 자신도 폭력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강압으로 인해 눌러진 본성을 때가 되면 되찾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이상하고 잘못된 것으로만 보이고, 그런 것에 짜증이 난다. 짜증을 푸는 방법은 매질밖에 아는 것이 없다. 비극이다.


아이들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하는 거다.


아이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이유를 뻔히 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과자를 사달라고 하거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다가 자기 요구가 들어지지 않아서 떼를 부릴 때다. 아이들의 이해를 구해보자.


그런 게 우리 애는 안 된다는 말도 참 많이 듣는다. 그렇다. 일조일석에 되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은 아이들이 커가는 모든 시간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화가 날 때가 있었고 목소리가 높아질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런 "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체벌이나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 오물이 있으면 쓸고 닦아야 하지, 그 위에 카펫을 얹어놓는 걸로 해결할 수는 없다. 


때리면 아이들은 당장 그 행동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쓰레기를 덮어버리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안심하는 것과 같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화가 나면 열까지 세자.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열까지 한 번 더 세자.


화를 자기보다 약한, 심지어 자기를 의지하는 사람에게 풀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하려고 든다. 문제는 그것이 진짜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생각하는 "부모가 원하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사회 전반에서 폭력성을 줄여나가지 않는 한,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사고방식은 잘 개선이 되질 않을 터이다.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는 가르칠 수 없다는 말 -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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