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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 Dec 01. 2023

더 나은 내년을 기다리며

#자폐아이 초등학교 1학년 후기

"한글을 배웠다"


이름 석자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국어공부였다.


유투브 덕분인지, 때문인지 보고 읽는 것은 곧 잘 하는데,

손에 연필만 쥐어주면 내던지거나 종이가 찢어지도록 힘만 주던 아들이었다. 


달콤한 젤리와 초콜렛 (물론 글루텐프리)으로 유혹하며

ㄱ ㄴ ㄷ  쓰기를 겨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두어 줄 일기를 쓸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얼마 전, 학교에서 각자 재능을 기부하는 공개 수업을 했다.

야무지게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파는 친구들 틈에서

우리 아들은 선생님들 이름을 써주는 재능을 기부했다. 


우리 아들이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 생겼다.




"덧셈을 배웠다"


1, 2, 3, 4,.. 수배열은 기가 막히게 외우면서도,

"1+1=2"를 당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아들이었다.


커다란 사과 나무에 열매를 그려가며 1개, 2개 개념을 다시 깨우치고,

버스 그림에 친구들을 한 명, 두 명 태워가며 친구 수를 늘려가니

덧셈의 개념을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개념을 이해한 후에는 종합장 가득 숫자 덧셈 문제를 내주면

동그라미 그리기, 손가락 펴기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동원하여

정답을 맞췄다. 


지금 우리 아들은 교실에 들어가면, 수학 문제집을 당연하듯 꺼내고,

그 중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덧셈문제만 골라서 야무지게 푼다. 


(국어시간에도, 즐생시간에도.. ...수학만...덧셈만...^^)




"난타를 배웠다"


음악의 기쁨을 모르는 아이었다.

땅땅 내리치며 스트레스라도 풀라고 보낸 방과후 교실 "난타".


난타교실 바닥에 누워있지만 않길 바랬는데,

친구들 사이에 당당히 서서 박자에 맞춰 잘도 북을 치고,

실실 웃음까지 띠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바나나차차로 시작해서, 찐이야, 노라조 야채 노래까지


이제는 집에서 아는 노래만 나와도

색연필 두 자루를 손에 쥔채 식탁을 난타 북 삼아

열심히 박자를 쳐 내려간다.


색연필을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마지막 포즈까지 완벽하다. 




"미안해를 배웠다"


본인이 누구를 때리든 물건을 엎어뜨리든 아무 감정이 없던 아이었다. 

"미안해"라고 말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면,

상대방 눈도 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미안해"하던 그런 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놀다가 자연스레 내 어깨가 아들과 부딪혔는데,

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미안해~"하며 내 어깨를 먼저 만져주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과 부딪힘이 많은 교실에 오래 있다보니

자연스레 "미안한 감정"을 터득했나보다.


"미안해"하는 아들을 보니 아픔은 없어지고 함박웃음이 나온다.


"괜찮아 아들~"




 

친구들과 난타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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