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없어도 괜찮아
사수가 없는 것과 덕질이 무슨 관련이 있겠냐만은...관련이 있다. 아무래도 코디네이터처럼 나를 챙겨주는 사수의 부재는 직장 생활에 있어 여러모로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판단되면 직장에 몸 담고 있는 시간이 나쁘지 않으니, 그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곤 한다.
어쨌든 나의 체력 유지와 멘탈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덕질'을 발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덕질이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덕질은 푹 빠져들 수 있는 취미 생활부터 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까지 광범위한 것을 의미한다.
'덕질'이 중요한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직장인으로서 회사 내에서 성취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숙면보다도 중요한 건 멘탈 건강인데, 이 멘탈 건강은 내가 굳이 노력해서 그 방법과 종류를 찾는 길 밖에 없다.
무엇으로 덕력을 높일까?
모를 땐 닥치는 대로 경험
덕질을 할 수 있는 종류는 너무나도 많아서, 나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관심 있어서 일정 시간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들일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에도 덕질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부상 위험이 있는 운동을 쉽게 도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일에 푹 빠지면 다른 것들을 잊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한터라, 직장인으로서 어떤 덕질로 스트레스를 승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매년 '덕질화' 시킬 수 있는 것에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덕질 히스토리는 아래와 같다. 결과적으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끼'가 많아졌고, 지금은 여기저기 쓸 데가 많다.
2012년, 캐논 60D와 축복 렌즈를 들고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교에서 실제 유명 포토그래퍼 분의 강의를 듣고, 교수님 스튜디오에서 무상 알바도 해봤다. 그렇게 만든 지식과 경험으로 감상만 하던 예쁜 사진들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지금도 금손 소리를 듣곤 한다.
2013년, 영상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지며 어떻게 찍었을지 연구했다
당연히 어도비 프리미어프로와 애프터 이펙트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손이 기억하는 덕분에 지금도 영상 편집이 필요할 때는 내가 한다.
2014년, 그렇게도 싫어하던 헬스를 등록해 3년을 다닌다
구기종목에 강점이 있었지만, 출퇴근을 조정할 수 없으니 할 만한 운동이 없었다. 이왕 할 거 체계적으로 해봤다. 2016년까지 거의 매일 운동했고, 덕분에 체지방률이 3%까지 떨어졌다.
2015년, 돈 없으면 금기라는 IT 기기 덕질을 시작했다
무려 2년을 갔던 덕질 같다. 신상으로 나오는 많은 기기들을 사고팔았다. 중고나라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때도 이때인 것 같다. 내가 당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쓴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추게 됐다.
2016년, 빵과 커피에 빠져 살았다
거의 2년 간 융성해가는 서울과 수도권의 카페와 베이커리를 모조리 방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빵을 삼시 세끼 먹을 정도로 빵에 빠졌었는데, 운동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돼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물어볼 때 종류별로 3곳씩은 추천해줄 수 있었다.
2017년, 돈 주고 볼링을 배웠다
무슨 볼링을 돈 주고 배우냐고 하지만, 돈 주고 배우니까 다르긴 했다. 실내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배우는 볼링은 또 다른 세계였다. 지금은 아무리 만취해도 볼링공이 레인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2018년, 브런치를 시작했다
배우고, 경험하고, 공부한 경제 지식들을 공유해 보는 것은 어떻냐는 지인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혼자 아는 것과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말을 잘해도 가르치는 건 다르달까. 어쨌든 종종 글을 남기며 내가 가진 지식도 정리가 됐다. 그리고 종종 들어오는 부동산 관련 문의에도 대응이 잘 된다.
2019년, 다시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고 떠돌고 있다
그간의 경험들이 용광로에서 녹아 하나가 된 느낌이다. 유튜브를 왜 하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지난 덕질들이 좋은 경험이 돼 조금 더 건설적인 덕질을 계획 중이다.
여러 취미 생활을 경험하며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내 관심 정도와 다르게 덕질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덕질을 위해서 수많은 경험을 했고, 결국에는 찾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보면 퇴근 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회초년생들이 꽤 있는데, 모를 때는 그냥 좋아보이는 것, 그나마 관심 있는 것들을 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생산적인 덕질은 결과적으로 나한테 다시 좋게 돌아오곤 했다.
덕질을 통해 시간과 돈을 썼다고는 하지만, 내 정신 건강에는 매우 유익했다. 회사에서 나오지 않던 아이디어도 덕질을 하다보면 나오기도 한다. 정답은 없지만 억지로라도 매년 바꿔가며 덕질화에 노력하니, 남는게 있다.
덕질이 싫더라도
덕질에 버금가는 무언가는 필요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열정 넘치는 호기로운 사회초년생들은 존재한다. 평일에는 물론이고 주말까지 일을 머리에서 놓지 못한다. 차라리 쉴 틈없는 연애로 사람보는 안목이라도 기르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일이 24시간 맴도는 것만큼 지치는 것은 없다(결국 지치면 내 손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한 번 결정한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때까지 파고 들어보길 권장한다. 정 본인과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분명히 얻는 부분이 생긴다. 이는 자신감과도 연계가 된다. 회사에서의 인정만이 일상의 유일한 낙이라면 이것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없다. 보다 다양한 활동의 접점에서 만족과 성취감, 인정을 받아보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