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없어도 괜찮아
지난 시간에 걸쳐 사회초년생이 '나 자신을 안다는 것'과 '사회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뤄 봤습니다. 어느 정도 뻔한 이야기가 섞여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가 체득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자세(흔히 말하는 애티튜드)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다음 순서로 고려할 '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사회초년생이라도 이왕이면 '일 잘하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재차 강조하지만 앞선 2가지가 전제되지 않고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것은 인정받는 데 있어 한계가 생깁니다.
멋지고 능력 있는 사수가 내 사수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럴 확률이 생각보다 높진 않습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100배 낫겠지만, 사수마다 편차도 있고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 일을 배우든 간에, 장기적으로 개인이 유념할 '일 잘하는 요소'는 대표적으로 3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만능맨이 키맨되는 세상,
용병 마인드 탑재
사회 업력이 상당한 분들(우리 부모님 세대)은 요새 젊은이들의 잦은 이직에 쓴소리를 던지시기도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커질 수록, 개인이 담당하는 업무가 파편화돼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데, 때문에 많은 회사에서 로테이션을 통해 직무 범위를 넓혀 가곤합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자연스럽게 여러 일을 도맡아할 기회가 생겨 원치 않는 만능맨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입사할 수 있는 회사 범위가 증가하게 되면서 개인 역량 수준이 당락을 결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마케터이지만 프로덕트 오너나 디자인 역량까지 있어야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다양한 역량이 평가받을 때 우위 요소로 고려되기도 합니다.
어짜피 사회초년생이라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일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에 기여할 기회를 얻게 되며, 향후 본인이 원하는 업무에 투입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일 욕심'이 아닌, '용병 마인드'입니다. '용병'이 조직의 '키맨'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레어급 사자성어,
신언서판의 중요성
옛 말에 틀린 말 별로 없다고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제 개인적으로 진짜 새겨둘만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바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인데요, 의미 그대로 몸가짐, 언행, 글, 그리고 판단력 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4가지는 업력에 따라 역량이 생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소양처럼 내재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요소들은 반드시 사회생활을 오래 하면 생길 역량으로 기대하지 말고 사회초년생부터 신경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자성어를 현대판으로 해석해 보면 몸가짐은 옷차림이나 행동을 의미하는데, 몸담고 있는 조직 문화에 침해되지 않는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옷차림은 개인이 조직에 융화되고자 하는 의지까지도 느낄 수가 있어, 조금은 신경쓸 부분이겠습니다. 말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고 과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하다'는 평가는 판단력에서도 오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논리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역량은 학습 수준과 태생적인 감각이 좌우해 바꾸기 어렵다고는 하는데요, 이 부분은 팀원 등에 물어 기존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했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일 한 통에서도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데 중요한 소통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신언서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판단력입니다. 업력으로 형성되는 부분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이 판단력은 사회생활 전체를 지배할만큼 큰 요소입니다. 단순히 점심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사실은 대부분의 일상과 업무는 판단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 일의 진척도가 좋은 사람, 일을 잘 한다고 평가 받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세요. 순간순간 판단할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제안을 하는지 배운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말로.
했으면 했다고 해요,
인정 받기의 마력
좋은 말로 기여한 결과, 덜 좋은 말로 포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기 PR은 지나치게 과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숨기지만 않으면 좋은 영향을 줍니다. 적당한 자기 PR은 인간의 한계(?) 때문에 필요한데, 사수뿐만 아니라 그 위로 올라갈 수록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큰 조직일 수록 더 그럴 수 밖에 없으며, 무조건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평가를 숫자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도 생깁니다.
당장 사장님께 오늘 내가 한 일을 보고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팀 내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적당한 수준에서 언급하고, 결과를 말하기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이야기하자는 의미입니다. 내 평가의 결과가 어떻든 적어도 내가 1년 간 해온 일들은 무엇이고, 성과가 어땠는지 아는 상태에서 평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해 발전시키거나 시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향입니다.
가족 내에서도 자기 역할이 있고, 서로 인정해주는 것이 좋은 관계인만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고자 지나친 오지라퍼로 지내면 적이 생길 수도 있고, 돌부처처럼 있으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이 점은 적정 수준을 찾는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