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공간 이야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소식은 적잖은 놀라움을 주었고,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였던 이태원과 경리단길 주요 상권의 공실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모바일 쇼핑 전성시대가 펼쳐지며 오프라인 쇼핑이 저물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을 통해 발생했던 부가적인 2차 소비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거시적 관점에서 유통업체나 브랜드는 매출 하락을 겪고 있고, 경기 부양에 있어 일반 소비자의 소비 활동 또한 크게 도움주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시선을 돌려보면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모바일 쇼핑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소비자가 '굳이' 찾아가는 '공간'들의 발전이다. 이 공간들은 단순히 특정 카페나 맛집 방문의 의미에서 벗어나, 방문하지 않고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간들은 초기 '팬'들이 형성되며, 이들 지지기반의 자연스러운 입소문과 SNS를 통해 진정한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고 있다.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들의 등장은 택지지구 개발이나 교통망 확충 등 정부가 주도해 구조적으로 유동 인구를 창출하는 방식과 달리,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연 발생적인 유동 인구를 창출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정 '공간'으로 인한 유동 인구 창출은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해당 지역의 정체성과 개성을 부여한다. 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를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공간'으로 초대할까?
최근 메이저 유통 기업들과 손잡고 입점 신화를 쓰고 있는 띵굴 시장이 첫 번째 '공간'이다. 띵굴은 온라인 쇼핑몰도 있고, 매출 또한 온라인 쇼핑몰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부가 가치를 제공한다. 일례로, 성수동 성수연방에 위치한 띵굴 스토어에 방문하면 소비자는 띵굴의 안목으로 큐레이팅 된 제품들이 어우러진 편안하지만 개성 있는 공간에 온전히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경험을 한다.
온전히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이유는 '경계'를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띵굴이라는 브랜드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기 때문이다. 낯선 것에 대한 경계와 의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공간을 편안하게 느낀다. 실제로 이 곳을 수없이 방문해 봤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여러 제품을 쉽게 체험하며 쇼핑한다. 그만큼 경계심이 낮아 보인다.
공간이 제공하는 느낌 있는 제품 디스플레이와 조명, 채광의 안락함은 덤이다.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필요한 물건을 찾았다는 희열을 떠나, 일상의 익숙함과 격리된 이색적인 공간 체험이다. 큰 창을 통해 침투하는 햇빛과 시각적으로 따뜻한 조명들의 배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해 익숙함과 의외성을 녹인 매장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시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공간 배치는 경계가 있는 듯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수많은 이벤트를 마주하는 재미가 있다.
익선동이나 을지로를 힙하다고 느끼는 속성은 띵굴과 같다. 일상과 괴리된 낯선 상황에 대한 신선함, 띵굴은 이를 한 공간에 압축시킨 듯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띵굴이 개최하는 오프라인 플리마켓, 띵굴 시장 또한 매년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다. 질 좋은 제품을 만나는 공간이라는 것과 함께, 판매자와 소비자가 느끼는 '유대감'의 정도가 다른 플리마켓에 비해 확실히 강하다는 것이 이유다(많은 셀러들이 이미 유명 인스타그래머인 것도 크다). 하지만 터치 몇 번으로 이뤄지는 소비 행태에서 벗어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셀러와 한두 마디 주고받으며 경험하는 기분 좋은 소비는 확실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셀러를 제공하며, 단순 소비 행위가 아닌 '관계' 속에서 소비하게 하는 띵굴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띵굴러들이 많아서일까? 이곳은 단순히 제품과 돈이 오가는 거래 장소라는 느낌보다는 좋은 물건을 좋은 마음으로 사는 '관계의 나눔'이 느껴진다. 당연히 셀러와 소비자 간 오가는 대화는 따뜻하며, 정중하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 '신뢰'라면, 이 곳에서는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신뢰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주최자인 띵굴의 역할이 컸지만, 이 의도가 소비자와 셀러에 온전히 전달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띵굴마님으로 시작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와 셀러,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소비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경험이 전반적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리마켓이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는 정신없는 제품 디스플레이와 산만한 운영 등은 이곳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갈하고 매력적인 디스플레이를 위해 애쓴 셀러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다. 물론,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셀러들의 노력이지만, 띵굴 시장이라는 브랜드 아래에서 보여야 할 셀러들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언론들이 언급하듯, 띵굴은 운영 주최와 셀러, 소비자가 긍정적인 가치 사슬을 형성하는 데 성공적인 사례인 것은 맞다. 띵굴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잘 전달돼 공유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빈집 프로젝트, 도시재생사업 등 향후 '동네'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이 예정된 다수의 지역에서 띵굴이 제공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관계', 그리고 사람에게 전달되는 '브랜딩'에 대해 고민한다면 새롭게 선보일 '공간'들에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