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짜리 소설]
도와줘요, 하이드 양(孃)-1

그녀의 어린 날

by 파란 벽돌

혹시 이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배부르고 잠 잘 잤을 때의 나와 배고프고 며칠 밤을 새운 내가 만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배부른 나는 좀 더 여유있고 관대할 것 같고, 배고픈 나는 날카롭고 사나울 것 같다는 생각. 만약 이런 ‘나’들에게 걸인(乞人)이 다가와 구걸을 한다면 어떨까요? 배부른 나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흔쾌히 건넬 것 같고, 배고픈 나는 욕하면서 동냥 그릇을 걷어차버릴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럼 이 중에 진짜 나는 누구일까요? ‘배부른 나’가 나일까요, ‘배고픈 나’가 나일까요? 진짜 ‘나’는 누구일까요?

선생님은 그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그럼 제 얘길 해드릴게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소심한 외톨이였어요. 짝꿍에게 가위나 지우개를 빌려줬다가 못 받아도 되돌려 달라고 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잊어버리고 안 돌려주는 건지, 일부러 안 돌려주는 건지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그 대신 그 애의 가방에서 가위를, 또 필통에서 지우개를 몰래 훔쳤어요. 나쁜 짓이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되돌려 받은 것뿐이니까요. 그 애가 혹시 자기 가위와 지우개를 보았는지 물어보았을 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네 것이 아니라 원래 내 것이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할 수 없었어요. 그럴 용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런 만큼 그렇게 돌려 받은 가위와 지우개는 그 이후로 그 애 눈에 띄게 하면 안 되었지만요. 집에서만 썼어요. 집에는 그런 학용품들이 쌓여만 갔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다 못 쓰고 남아 있을 정도예요.


교실의 아이들은 나를 놀리기 좋아했어요. 놀려도 내가 별로 싫어하는 내색도 안 하는 데다가 선생님께 이를 용기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장난꾸러기들은 좋은 먹잇감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래요, 솔직히 나도 별로 싫지는 않았어요. 그때까지 얘기 나눌 친구 하나 없었는데…. 나에게 보이는 그런 악의(惡意)에 찬 관심조차 목말라하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이 혼내지 않으셨냐고요? 선생님에게는 내가 투명 인간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아마 지각을 하거나 결석했더라도 제대로 출석 체크가 안 되었을 거예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학교 다닐 때 내 이름을 불러주신 적이 있는지조차 기억에 없는 것 같아요.

병원에도 그런 아이들 많이 오죠? 터무니없이 자신 없고 조용한 아이들. 그런 애들이 또 욱하는 성격에 곧잘 사고를 치잖아요. 네? 알았어요, 계속 얘기할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