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벽돌 Apr 03.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35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을 재미있게 보려면-3

https://www.youtube.com/watch?v=LSqE9evCPtw&t=2s

4, 석션(suction)!!!

드라마의 수술 장면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suction은 suck의 명사형인데요. '빨아들인다. 흡인한다.' 뭐, 이런 뜻입니다. 수술 중에 수술 부위에서 빨아들일 만한 것이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피 아니면 체액, 고름 같은 것이죠. 보통은 집도의가 피에 가려진 수술 부위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보조자로 하여금 피를 잘 빨아들이라고 지시하는 명령어로 사용되는데요, 약간의 콩글리쉬입니다. 미국에서는 명령어 형태 그대로 "Suck!" or "Suck it!"이라고 하고, 'suction'이라는 용어는 그것을 하기 위한 수술 기구(suction device)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인체에 위해를 가하게 되면 혈관이 파괴되면서 출혈이 발생하게 되지요. 수술 부위를 잘 보면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가리는 끈적끈적한 피는 수술하는 의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방해물이 됩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이 혈액을 수술부에서 제거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가장 흔한 것이 흔히 거즈(guaze)라고 불리는 외과용 스펀지(surgical sponge)입니다. 물이 엎질러지면 행주나 걸레로 훔쳐내듯이, 상처부에서 소량의 출혈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방법은 일상생활에서와는 약간 다릅니다. 일반인들은 피가 흐르면 그것을 걸레로 닦듯이 박박 밀어 제거한다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사실 그러면 굳어가던 피떡(혈병)을 떼어내고 더 이상의 혈관 손상을 주어 새로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거즈로 혈액을 제거할 때 문질러 닦아내기보다는 꾹꾹 찍어 거즈 내로 흡수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거즈로 닦아내기 힘들 정도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이제 석션이 등장할 때입니다. 수술 시야를 가리며 넘실거리는 혈액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여 제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출혈이 동반되는 긴박한 수술 장면에서는 항상 "석션!!!"이라는 집도의의 고함이 수술장을 울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Anesthesia Patient Safety Foundation, 정확한 그림은 아니지만 원리는 비슷합니다.

석션의 구조를 볼까요? 아주 정확하게 그려져 있지는 않으나 원리는 비슷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액체를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음압(陰壓; 빨아들이는 압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진공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 내는데요, 작은 수술실에서는 석션 기계의 모터를 통해, 큰 수술실에는 수술실 벽에 달려있는 중앙 공급형의 진공 밸브를 통해 발생시킵니다. 펌프의 원리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이것이 튜브를 통해 석션 바틀(suction bottle)에 연결됩니다. 석션 바틀은 수술부에서 흡인된 피나 체액이 고이는 통인데요, 보통은 미리 물이 조금 고여 있어서 외부의 음압이 바로 수술부에 걸리지는 않도록 합니다. 멸균된 수술부에 공기를 통한 오염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음압의 조절을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기계식 석션과 석션 바틀. 본체 안에 음압을 발생시키는 모터가 들어 있습니다. 작은 수술실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석션 바틀에는 역시 튜브가 달려 있고 이것에 석션 팁(tip)을 꽂아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외과 의사는 석션 팁(석커, sucker)을 손에 들고 수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Emycommerce, 의사가 석션 팁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석션 팁은 앞서 말씀드린 스칼펠 블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각각의 목적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수술장에 들어가 보지 못한 분들이라도 이러한 의료용 석션은 대부분 이미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치과에서 입안에 고이는 침과 세척액을 제거하기 위해 혀 밑에 위치시키는 기구 있지 않습니까? 왜 음압이 걸려서 뭔가를 쭉쭉 빨아들이는 것 같은...... 그것이 바로 석션입니다. 그것을 조금 더 크게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수술실의 석션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석션 팁들

자,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집도의가 되어. 수술부를 절개하고 복부 장기를 만집니다. 그것을 젖히고 수술 부위를 노출시키려 하는데 갑자기 커다란 동맥이 찢어졌습니다. 엄청난 피가 수술부로 쏟아져 나오겠지요? 피가 가려서 혈관의 손상 부위를 찾아내기 힘듭니다. 빨리 찢어진 곳을 꼬매야 출혈이 멈출 텐데 말이지요. 자, 이제 여러분은 뭐라고 외칠까요?

"석션, 석션!!!! 똑바로 안 해? 석션!!!!"

그래서 수술 장면 중 석션이라는 용어가 나올 때는 심전도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가끔은 긴박한 배경 음악도 깔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참, 석션의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네요. 이전 글에서 보비를 사용할 때 발암성 물질이 섞인 연기가 발생한다고 했지요? 그래서 석션은 수술 중 보비에 의해 발생하는 연기를 흡인하여 제거하는 역할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