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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Jul 19. 2022

인간은 왜 이따위로 생긴 것일까?-3

1. 인간은 정말 아름다운가?

인간의 탄생, 아니 더 근본적으로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또 다른 이론이 있다. 하느님이 무엇에 쫓기듯이 엿새 안에 급하게 만들었다는 풀과 나무, 새와 짐승, 그리고 인간이 사실은 그리 갑작스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성을 모독하는 발칙한 반란이었다.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 1859년에 발표한 '종의 기원'에서 촉발된 이 이론은 지금까지 정리된 바로는 이렇다. 지구 상의 생명체들은 한날한시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약 38억 년 전, 왕성한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끓고 있는 저 바다 깊은 곳에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나의 세포 비스무레한 것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떠다니던 단세포 생물이 또다시 엄청난 우연과 행운이 반복되면서 엉키고 설켜서 물풀이 되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기도 하다가 다리가 달려서 뭍으로 올라오고 날개가 돋아서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이다. 듣고도 믿지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랴. 과학자들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들을 사람들의 코 앞에 내밀었으니 말이다.


판타지 소설 같은 이 이론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의 탄생이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손에 의해 빚어진 것이 아니라 미개한 원숭이가 무거운 엉덩이를 천천히 들고일어나 변하여 만들어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진화론이라 불리는 이 이론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셈하여 따져봐도 채 170년이 되지 않을 만큼 짧다. 우리 조상들이 적어도 수천 년 이상을 의심 없이 믿어왔던 창조론에 비하면 시간적 무게감이 비할 바 못된다. 하지만 그 파급력과 설득력은 단순한 시간 계산만으로 무시할 만큼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목소리가 굵고 진중하다. 그 이유는 그 울림이 이성적 사고와 과학이 주도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은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과학은 19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인간이 신에게 수천 년 동안 기도했어도 얻지 못하던 것을 그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쏜살보다 빠르게 달리게 해 주었고 새보다 더 높이 하늘을 날게 해 주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아예 지구라는 별을 벗어나 해와 달에 가까이 다가가게도 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의 손을 놓고 과학이 물려주는 젖줄에 매달리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현대인들이 형이상학적인 종교와 철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이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화론을 거부하지도 못하겠다. 나는 아주 영악한 타협점을 찾았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은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기막힌 우연과 행운'만이 작용했다면 38억 년의 시간은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너무나도 짧다. 진화의 중간중간 섬세하고 창조적인 신의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이렇게 복잡한 생명체들을 완성해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신은 분명히 진화 과정의 지휘자이자 조력자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진화론을 믿을수록 역설적이게도 나는 신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내가 풀어놓을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진화론에 그 기반을 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일지 아닐지는 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배웠고, 배운 것을 기반으로 다른 이들의 지식을 접목시켰고 생각하고 깨달았다. 글이라는 것은 알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퍼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창조론을 믿는 분들이라면 내 글이 혐오스럽고 억지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읽기를 거부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다. 사실 그 점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 아시겠지만 내 글은 재미없어서 안 읽는 분들이 더 많다. 이것은 내 글이 빈약하고 그래서 느닷없이 군데군데 끊어지거나 늘어지기 때문이다. 온전히 내 책임이다. 나는 이번 글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여전히 염려되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이 적고, 표현력이 무뎌서 글의 내용이 틀리는 경우도 허다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혹시 읽으시는 와중에 그런 오류들이 발견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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