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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Sep 28. 2022

나는 또 왜 이리 생겨먹었을까?-12

중년의 문제아

아내의 우려와는 달리 병원보에 차례차례 실린 글 3편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뭐, 그렇다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래 그런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니 나는 그 정도의 소소한 호응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였다. 원내 메일로는 응원 편지가 몇 개 더 도착하였다. 업무적으로 우연히 마주친 몇 분의 직원들은 새삼 나를 알아보며 반가워하기도 하였다. 제목 옆에 붙은 내 사진 때문이었다.


"어머, ㅇㅇㅇ 교수님 아니세요? 교수님 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이렇게 뵈니 너무 반갑네요."


황송한 격려들도 있었다.


"ㅇ교수님, 요즘 교수님 글 읽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다음 글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병원보 마지막 두 번째 페이지에는 이전 회차의 내용에 대한 직원들의 감상평이 올라온다.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잡지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나 동정을 올린 사람들에게는 이 감상평이 자뭇 의미심장하다. 직원들이 그것들에 관심을 가졌는지, 재미있게 읽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도 그것들을 꼼꼼히 챙겼다. 고맙게도 호의적인 평들이 많았다. 하긴 글이 실망스러웠다고 하더라도 누가 굳이 악평을 전달할 것이며, 설마 그렇다고 한들 홍보팀이 그 악평을 지면에 올리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미 이성을 잃은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마음에 드는 피드백만 챙기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참 고마운 분들이에요. 우리 직원들 정말 사람합니다.~~~


하루하루를 들뜬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대견했는지 아니면 아니꼬왔는지 아내는 넌지시 말을 건네 왔다.


"병원보에 발행된 글들이 그렇게 반응이 좋아?"

"그럼, 대단하지. 나도 실감이 안 날 지경이야. 하하하. (가족들에게는 가끔 자신의 치적을 과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 의외네. 그 정도로 잘 쓴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이 폭발적인 반응들을 보라고. (나는 병원보의 감상평, 응원 이메일들을 하나하나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슬슬 글들을 브런치에 올려보지 그래? 그런 좋은 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더 의미가 있잖아?"

"당연하지. 귀찮아서 안 하고 있었는데 오늘 당장 해봐야겠네. 분명 엄청난 반응을 일으킬 거야. 하하하. (기고만장)"


내친김에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고 그렇게 게으름 피우며 미뤄왔던 브런치 가입을 서둘렀다. 아시다시피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위 작가 자격을 얻어야 한다. 자신이 쓴 2편의 글을 응모하여 브런치팀의 심사를 받고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깟 사이트에 글 하나 올리는데 이렇게 깐깐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니 참 아니꼬운 일이었다.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엄연히 브런치팀이 갑이고 내가 을이니까. 나는 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소설 '유다를 찾아서'의 일부와 '초보 작가의 고백' 1편을 제출하였다.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글이므로 합격은 시간문제였고, 그 통보를 기다리며 집착하는 것은 시간과 감정의 낭비였다. 나는 응모한 것을 잊고 다른 글들을 쓰며 며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람음을 울리며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브런치팀에서 보낸 것이었다.

(계속)


*"재미도 없는 소재를 가지고 너무 세세하게 글을 쓴다"는 아내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어요. 브런치는 저의 놀이터입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부르시기 전까지, 놀이터는 아이에게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고 또한 세상의 전부이기도 하잖아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저는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간섭도 받기 싫고 제약도 느끼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내의 지적이 "그만 놀고 들어와 저녁 먹어라"라고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네요. 조금 자제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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