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미켈란젤로의 고백-5

르네상스로의 초대

by 파란 벽돌

붉은 가대복(歌臺服)을 입은 추기경은 두 팔을 벌려 미켈란젤로를 맞았다.

“오, 위대한 미켈란젤로, 그렇지 않아도 당신의 작업장에 한번 들를 참이었는데. 갑자기 어쩐 일이요?”


“추기경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만든 다비드상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틀림없이 다비드를 세울 위치에 관한 문제이겠군요. 듣기로는 로기아 데이 란치(개랑의 이름)와 시뇨리아 광장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하던데. 음, 그러고 보니 지난 1월 25일 회의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로기아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오. 당신 생각은 어떻소?”


로기아 데이 란치. 로기아는 개랑이라는 뜻입니다. 개랑은 한 쪽벽이 없는 복도형 구조를 말합니다. 전시된 조각들이 왠지 어두워 보이죠? 다비드상이 이곳에 설치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추기경님, 로기아는 절대 안 됩니다. 로기아가 드리운 그늘이 성스러운 다비드의 몸과 얼굴을 가리게 만들면 안 됩니다. 다비드의 뒷면이 다듬어지지 않아 그런 것이라면 제가 한 달 내로 그의 등과 엉덩이를 마저 다듬어 하느님도 놀라실 만한 작품으로 완성시키겠습니다. 그러니 시뇨리아 광장에 세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시뇨리아 광장이라…. 그러려면 또 하나의 골치 아픈 문제가 있소. 현재 그곳에 서 있는 유디트(이교도 홀로페네스의 머리를 자른 유대인 여성)상(像)을 어디론가 옮겨야 합니다. 그 청동상을 사랑하던 시민들은 매우 서운해할 것이오.”


라파엘로가 그린 교황 레오 10세의 초상화. 작품의 오른쪽에 있는 줄리오 추기경은 장차 교황 클레멘스 7세로 등극합니다. 추기경의 복장을 아실 수 있겠지요?

“추기경님,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음, 어쨌든, 노력은 해 보겠소. 다비드 상의 배치는 당신도 알다시피 대평의원회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오. 그들이 고집만 피워준다면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서도. 참, 그렇지 않아도 내가 부탁할 것이 있는데….”

추기경은 갑작스레 화제를 바꾸었다. 그는 턱 밑에 받힌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몇 차례 두드렸다.


“무엇입니까, 추기경님? 말씀만 하십시오.”


“시의회는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팔라쵸의 500인의 방(대회의실)을 새로 다듬을 예정이오. 당신도 알다시피 대평의원회가 열리는 그곳 말이오. 그곳에 현재 가장 큰 벽 2개가 휑하니 비어 있어 볼썽사나운 것도 아시겠지요?”


“네,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베키오 궁내 500인의 방. 대회의실로 사용되었습니다. 천장과 벽은 온갖 아름다운 그림들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그중 한 곳에 당신이 피렌체를 찬양하는 그림을 하나 그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오.”

미켈란젤로는 뜻밖의 부탁을 듣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추기경님, 저는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입니다. 조각이라면 자신 있지만 회화는 제 전공이 아니라서…”

미켈란젤로는 항상 자신을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 소개했다. 조각에 더 애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과 함께 하는 이탈리아 여행을 즐기고 계신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향한 미켈란젤로의 분노는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