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로의 초대
“오, 무슨 말이오. 당신이 회화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이 도시의 시민들이 모두 알고 있소. 저 피렌체의 상징이 될 다비드상의 미켈란젤로, 이탈리아 최고의 작가가 회의실의 프레스코를 맡아준다면 평의원들도 감사해 마지않을 것이오. 그들이 감사해한다면 어떻게든 당신에게 보상하기를 원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다비드상의 광장 설치도 어렵지는 않을 터인데…. 참 아쉽게 되었구려, 그래.”
“추기경님, 그런 뜻이 아니오라…”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군요. ‘최후의 만찬’의 은총 받은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미켈란젤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 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회의실 장식의 영광을 그놈의 늙은이에게 넘겨줄 수는 없어. 더군다나 평의원회가 레오나르도의 뜻에 따라 다비드를 아무 곳에나 방치하는 빌미를 주게 될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레오나르도가 평의원들의 호의를 산다면 다비드의 광장 설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음…, 아닙니다. 추기경님이 내려주시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받들겠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조각에는 못 미치지만 회화에도 아주 재주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요. 그런데, 회의실에 그려야 할 프레스코에 대해서는 주제를 생각해 두신 것이 있는지요? 상당히 큰 벽이라 어설픈 그림을 그려 넣어서는 흉물스러워질 뿐일 텐데요.”
“왜 아니겠소. 아무것이나 그려 넣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회의실에 들어서는 평의원들이 피렌체 시민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우리 피렌체의 빛나는 승리를 기념하는 그림이 좋을 것 같소. 그래서 말인데…, 나는 카시나 전투를 생각하고 있소.”
“카시나 전투 말입니까? 그 전투의 승리라면 어울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추기경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금방이라도 벽면을 뚫고 나올 만한 그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부탁하겠소. 위대한 화가여.”
미켈란젤로는 조용히 추기경의 손에 입 맞추고 방을 물러나왔다. 그에게는 여전히 회화를 의뢰받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다비드를 광장에 세우기 위해서는, 그리고 저 밉살맞은 레오나르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그림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켈란젤로의 흔쾌한 수락에 추기경과 대평의원회가 감명받아 함께 도와준다면, 광장에, 그것도 높은 전시대 위에 다비드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계속)
*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과 함께 하는 이탈리아 여행을 즐기고 계신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향한 미켈란젤로의 분노는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