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미켈란젤로의 고백-6

르네상스로의 초대

by 파란 벽돌

“오, 무슨 말이오. 당신이 회화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이 도시의 시민들이 모두 알고 있소. 저 피렌체의 상징이 될 다비드상의 미켈란젤로, 이탈리아 최고의 작가가 회의실의 프레스코를 맡아준다면 평의원들도 감사해 마지않을 것이오. 그들이 감사해한다면 어떻게든 당신에게 보상하기를 원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다비드상의 광장 설치도 어렵지는 않을 터인데…. 참 아쉽게 되었구려, 그래.”


“추기경님, 그런 뜻이 아니오라…”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군요. ‘최후의 만찬’의 은총 받은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미켈란젤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 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회의실 장식의 영광을 그놈의 늙은이에게 넘겨줄 수는 없어. 더군다나 평의원회가 레오나르도의 뜻에 따라 다비드를 아무 곳에나 방치하는 빌미를 주게 될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레오나르도가 평의원들의 호의를 산다면 다비드의 광장 설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베키오 외관.jpeg 베키오 궁과 그 앞에 전시된 다비드상. 그 오른쪽 옆에는 로기아 데이 란치가 있습니다. 단 몇십 미터 옆이지만 미켈란젤로는 이 위치에 다비드상을 세우기 위해 고집스러운 노력을 합니다.


“음…, 아닙니다. 추기경님이 내려주시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받들겠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조각에는 못 미치지만 회화에도 아주 재주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요. 그런데, 회의실에 그려야 할 프레스코에 대해서는 주제를 생각해 두신 것이 있는지요? 상당히 큰 벽이라 어설픈 그림을 그려 넣어서는 흉물스러워질 뿐일 텐데요.”


“왜 아니겠소. 아무것이나 그려 넣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회의실에 들어서는 평의원들이 피렌체 시민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우리 피렌체의 빛나는 승리를 기념하는 그림이 좋을 것 같소. 그래서 말인데…, 나는 카시나 전투를 생각하고 있소.”


“카시나 전투 말입니까? 그 전투의 승리라면 어울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추기경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금방이라도 벽면을 뚫고 나올 만한 그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부탁하겠소. 위대한 화가여.”


베키오 궁전.gif 대평의원회의 회의실로 사용된 베키오 궁의 500인의 방. 웅장하고 아름답죠?


미켈란젤로는 조용히 추기경의 손에 입 맞추고 방을 물러나왔다. 그에게는 여전히 회화를 의뢰받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다비드를 광장에 세우기 위해서는, 그리고 저 밉살맞은 레오나르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그림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켈란젤로의 흔쾌한 수락에 추기경과 대평의원회가 감명받아 함께 도와준다면, 광장에, 그것도 높은 전시대 위에 다비드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계속)


*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과 함께 하는 이탈리아 여행을 즐기고 계신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향한 미켈란젤로의 분노는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