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미켈란젤로의 고백-11

르네상스로의 초대

by 파란 벽돌

64년 전인 1440년 피렌체는 밀라노와 싸워 승리를 거둔 일이 있었다. 당시 작은 도시국가였던 피렌체로서는 오래 기념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당시 전투는 양 도시의 용병 기사들만이 참여하였다. 전쟁의 당사자가 아닌 그들은 승리를 위해 싸울 동기가 전혀 없었다. 후에 마키아벨리가 기술한 바에 따르면 ‘몇 시간이나 벌어진 이 전투에서 사망한 자는 오직 한 명이고, 그는 무기로 인한 부상이나 어떤 영예로운 방식으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라, 그의 말에서 떨어져 짓밟혀 죽은 것이었다.’고 하였다. 그만큼 마키아벨리는 안기아리 전투를 평가절하했다. 그렇다면 그가 왜 회의실의 큰 벽에 안기아리 전투를 그려 넣으라고 하는 것일까?

기사들은 두꺼운 갑옷을 입고 대충 싸우는 척을 하다가 저항할 수 없을 때 쉽게 무릎을 꿇고 안전을 보장받았다. 돈을 받고 대신 싸워주는 용병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산인 자신의 몸을 위태롭게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절실하게 지켜야 할 것이 없었다. 따라서 결사적이도 않았다. 마치 적들과 체스를 두듯이 가볍게 싸웠고 쉽게 포기하였다. 그렇다. 마키아벨리는 이 그림을 통해 피렌체의 영광을 기리는 척하면서 사실은 용병제의 문제점을 모두에게 조롱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회의실에 들어서는 피렌체 평의원회가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시민군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시민군 창설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마키아벨리의 이중성과 주도면밀함에 두려움을 느꼈다. 눈치 빠르게 서기관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 다행이었다. 레오나르도는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썼다.
“무엇인가 긴박하고 격렬한 전투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전쟁터의 공포는 느껴지지 않아야겠군요.”
레오나르도가 대답했다. 마키아벨리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정말 위대한 화가이자, 신에게 축복받은 천재요. 하하하.”

피렌체가 북쪽에 위치한 밀라노와 싸워 승리를 거둔 것이 안기아리 전투입니다. 그리고 피렌체가 해안 도시인 피사에게 승리하여 항구 지배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 카시나 전투입니다.

계약은 이루어졌다. 마키아벨리는 벌써부터 만족했다. 레오나르도는 이미 그의 숨은 의도를 알아채고 있었다. 둔하고 고집 센 미켈란젤로라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레오나르도가 그의 입으로 실토한 대로 작업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된 암굴의 성모. 1483년 산 프란체스코 교단과 계약했던 이 그림은 20년이 넘은 후에야 교단에 인계되었습니다. 그것도 원래 그린던 것과 다른 작픔으로요.
제 이전 소설 '유다를 찾아서'에 묘사한 대로 최후의 만찬을 그리던 레오나르도는 하루 종일 그려진 그림만 바라보거나, 그림을 그리다 말고 사라져 며칠 만에 나타나는 일이 흔했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악명은 마키아벨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남들이 뚝딱 그림을 마칠 정도의 시간에 그는 밑그림에도 손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텅 빈 벽만 마주 보고 미친 듯이 며칠을 보내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나타나지를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 시간에 시장을 다니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기를 그치지 않았다고도 한다. 수백 명의 얼굴을 보아야 한 사람의 표정을 그려냈고, 수천 명의 몸짓을 연구해야 근육 하나를 묘사했다. 그림을 마친 것 같아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미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생각하는 그림에 끊임없는 덧칠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한 점의 붓끝도, 한 선의 색칠도 완벽히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팔레트를 물로 씻어내는 그였다. 하지만 이번 벽화만큼은 그에게 그렇게 관대할 수 없다. 가능한 한 빨리 벽화를 완성시켜야 한다.

(계속)


* 아하,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안기아리 전투'를 소재로 한 그림을 의뢰했던 것이로군요. 레오나르도는 과연 이 그림을 어떻게 표헌할까요? 또한 미켈란젤로가 그려야 하는 '카시나 전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