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로의 초대
웬일인지 게으름뱅이 레오나르도는 며칠 후부터 대회의실에 나타나 스케치를 시작했다. ‘최후의 만찬’을 의뢰받았을 때, 미친 사람처럼 그림이 그려질 텅 빈 벽만 바라보며 수개월 간을 소요하던 그가 아니었다. 열정에 가득 찬 또 다른 미켈란젤로의 모습이었다. 미켈란젤로도 곧 대회의실에 나타났다. 그는 레오나르도에게 눈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와 등지고 벽을 쳐다보며 곰곰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 성격 급하고 직선적인 그로서는 일찍이 볼 수 없던 일이었다. 신중하디 신중한 또 하나의 레오나르도의 모습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1504년 5월 어느 날,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이 두 거장이 얄궂게도 같은 시기에 태어나, 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며 함께 서 있는 것이다. 신은 이 작은 방 안에 감당하기 어려운 축복과 재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당신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대신 이용해왔던 이 두 사람을 지금은 몇 걸음도 안 되는 지척에 함께 모아 놓았다. 하지만 누구도 서로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 속에 각자의 작업은 진행되었다. 이는 신께서 어떤 의도로 벌인 일일까? 많은 피렌체 시민들이 대회의실 앞을 들락날락거렸다. 밑그림을 그리는 두 거장의 손은 느리게 움직였지만, 몇 년 전 사보나롤라의 파멸을 가져왔던 ‘불의 심판’(사제들끼리 예언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불 위를 걷기로 한 내기)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흥분과 긴장이 매 순간 느껴졌다. 광장에서 타버린 사보나롤라의 몸(사보나롤라의 화형식)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비릿한 전율과 광기가 밀려왔다.
레오나르도는 말을 타고 칼을 든 세 명의 병사와 땅 위에 나뒹구는 또 다른 세 명의 병사가 뒤섞인 백병전을 그리고 있었다. 서로의 칼끝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고, 말과 말이 서로 머리를 부딪치며 포효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노리는 대신 군기를 빼앗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땅 위에 떨어진 한 병사는 체념한 듯 누워있고, 칼을 겨눈 피렌체 병사가 그를 제압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었다. 말발굽이 차는 곳에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과 쓰러진 병사들의 옷깃은 격렬한 전투 장면을 장식하는 꽃잎처럼 묘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의 붓끝은 격렬하되 잔인하지 않았다. 왠지 전쟁터라기보다는 격투기를 하고 있는 운동장같이 절제되어 있었다.
맞은 편의 미켈란젤로도 의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카시나 전투의 영웅들이 장렬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생각과 달리, 용병대장의 나팔 경보에 목욕을 중단하고 강 위로 급히 올라오는 벌거벗은 군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다급하여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울룩불룩한 근육이 드러난 육체는 그대로 살아있어 지금이라도 벽 속에서 꿈틀거릴 것 같았다.
그렇게 두 거장은 밑그림을 완성시켜 가고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의도와는 달리 레오나르도도, 미켈란젤로도 서두르려 하지 않았다. 밑그림에만 장장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숨 막히는 긴장감에 느리게 흐를 것만 같던 시간은 오히려 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누가 더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은 필사적이었고, 치열했으며, 신중했다. 그들의 붓끝은 날렵하게 움직였지만 또한 그만큼 무거웠다. 영혼을 담은 한 점, 한 획이 이어지면서, 그들의 인생에서, 아니 인류의 역사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할 작품들이 곧 탄생할 것 같았다.
(계속)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느 작품이 더 마음에 드나요? 아마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미켈란젤로, 이 두 거장의 대결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