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로의 초대
한편, 4월이 끝나갈 무렵 소데리니 추기경은 작업장으로 미켈란젤로를 찾아왔다. 이제 다비드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정이나 끌을 사용하는 작업은 모두 끝났고 사포질로 대리석 표면의 광을 내는 중이었다.
“오, 주여, 제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미켈란젤로의 손을 빌려 당신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군요. 다비드가 정녕 이렇게 아름다웠단 말씀입니까?”
작업장 입구에 선 추기경은 완성된 석상에 감탄하여, 연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추기경을 발견한 미켈란젤로는 놀라서 급히 작업용 비계(飛階)에서 내려왔다.
“추기경님, 이 누추한 곳까지 웬일이십니까?”
“오, 위대한 미켈란젤로, 당신은 정말 세계 최고의 조각가라 불릴 만하오. 내가 그 조각가에게 어울릴 만한 기쁜 선물을 가지고 왔소. 얼마 전 열린 대평의원회의에서 당신의 신심에 감복한 평의원들이 함께 밀어붙여 이 아름다운 다비드상을 로기아가 아닌 시뇨리아 광장에 들여놓기로 결정하였소.”
“오, 정말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감사한 마음은 하느님과 피렌체 평의원회에 가지면 될 것이오. 그 보답은 당신의 기도와 예술에 대한 재능으로 충분할 것 같고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지난번 부탁했던 대회의실의 ‘카시나 전투’ 프레스코를 서둘러줘야 할 것 같소. 이제 다비드도 완성되었으니 그러실 수 있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추기경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그림은 우리 피렌체의 승리와 용병대장의 공로를 높이 기리는 것이어야 하오.”
추기경은 마키아벨리의 시민군 창설을 반대하고 있었다. 쉽게 사 올 수 있는 용병을 두고, 양모업과 무역업 등 더 생산성 높은 작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민들을 군인으로 차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카시나 전투는 피렌체가 1364년 피사와의 전쟁에서 거두었던 승리를 말한다. 당시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서로의 군사가 대치한 가운데 피렌체 병사들은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잠시 강에서 목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병 대장은 그들의 느슨함을 용납하지 않았다. 병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적이 습격했다는 거짓 경보 나팔을 불었다. 나팔 소리에 놀란 군인들은 허겁지겁 강에서 뛰어나와 급하게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그때 실제 적의 칩입이 있었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시원한 물에 몸을 식히고 철저한 전투 준비까지 마친 피렌체 병사들은 피사에 대승을 거두게 되었으며 그 승리는 현재까지 피렌체가 피사 항구의 우선권을 차지하게 된 전기가 되었다. 추기경이 카시나 전투의 영광을 그리라는 것은 우수한 용병의 고용으로도 피렌체를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추기경님.”
“아, 그리고 참, 맞은편 벽에는 은총 받은 레오나르도가 ‘안기아리 전투’를 기리는 벽화를 그릴 것이오.”
“네? 레오나르도가요?”
“그렇소, 왜 그리 놀라시오?”
“왜 차라리 저에게 두 곳의 그림을 맡기지 않으셨습니까?”
“당신은 조각가라면서 발뺌하지 않았소? 그나저나 피렌체가 낳은 두 거장의 벽화를 한 공간에 서로 마주 보게 할 수 있다니 우리 피렌체 시민들에게는 참으로 커다란 주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소.”
미켈란젤로는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졌다. 레오나르도를 향한 질투와 증오가 용솟음쳤다.
‘한 회의실에, 그것도 마주 보는 거대한 벽에, 나와 그 늙은이의 그림을 함께 전시하다니. 화성(畵聖)이라 알려진 레오나르도의 그림 앞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의 미천한 그림을 걸어 천년만년 수모를 당하게 하려는 뜻인가?’
그의 증오는 열정으로, 욕망으로, 또한 예술에 대한 광기로 끓어올랐다.
(계속)
* 소데리니 추기경은 마키아벨리와는 다른 속셈이 있었군요. 결국 레오나르도의 복수심과 미켈란젤로의 질투와 증오가 서로 마주 보는 벽의 벽화로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