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미켈란젤로의 고백-18

르네상스로의 초대

by 파란 벽돌

미켈란젤로는 서둘러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했다. 하루가 빨리 끝나면 하루를 일찍 돌아가서 카시나 전투 벽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구상하고 최대한 빨리 그려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최고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 카시나 벽화보다도 더 훌륭해야 한다. 그래야만 멀리서라도 레오나르도에게 뒤지지 않을 수 있었다.

시스티나 성당의 내부. 천장에 그려진 것이 천지창조, 맞은 편 벽에 그려진 것이 최후의 심판이에요. 이것들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입니다. 숨 막히게 아름답죠?
천지창조.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올라가면서 시간 순서대로 구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주위엔 구약에 나오는 예언자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비밀들이 숨어있어요.

천장화에 매달린 지 얼마 안 되어 로마에 들른 피렌체 상인을 만났다. 그에게 레오나르도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의외였다. 상인이 길을 떠나기 얼마 전 레오나르도도 밀라노에서 부름을 받아 돌아갔다고 한다. 그가 그리다 만 '암굴의 성모' 때문에 산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켈란젤로와는 달리 미련 없이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로마로 출발하자마자, 레오나르도는 변했다. 웬일인지 그는 예전의 병이 도져서 게으름뱅이로 돌아갔다. 늘 그랬듯이, 한참을 벽만 바라보다가, 사라져서 며칠 만에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의 그림도 별 진전이 없어서, 몇 번인가 채색을 시도하다가 그만두고, 또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안료 개발도 게을리했다. 어쩌면 그는 그림을 그릴 의지를 잃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밀라노의 연락을 받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민도 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럴 리 없어. 그가 벽화를 포기할 만한 이유가 없어. 그가 언제 다시 돌아온다고는 하지 않았소?”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살던 집과 세간살이를 모두 정리해서 떠났다고 합니다.”

상인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 주여,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미켈란젤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스티나 천장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라도, 레오나르도가 없는 피렌체는 그에게 더 이상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나의 그림도 빛을 발할 수가 없을 거야. 우리들의 그림은 서로 마주 보고 아우성쳐야 각자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 비록 그의 그림이 나의 것을 압도하더라도 결국 그것이 그와 나의 숙명이라고. 그러니까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도 돌아갈 필요가 없어. 그럼 어찌해야 한다?... 그래, 그가 피렌체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 나도 피렌체로 출발하자.’


암굴의 성모는 두 편이 그려졌어요. 왼쪽이 루브르 미술관, 오른쪽이 나중에 그려진 것으로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별하실 수 있나요?

레오나르도가 피렌체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고대하던 미켈란젤로에게 반가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레오나르도는 약속한 ‘암굴의 성모’를 완성하지 못하고 계속 밀라노에 머물러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천장화를 모두 마친 이후에도 로마에 머무르며 피렌체로 돌아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머릿속에서는 레오나르도도, 카시나 전투 벽화도 점점 잊혀져 가고 있었다.


* 다 빈치는 왜 안기아리 전투 벽화를 포기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미켈란젤로는 다 빈치가 없이는 카시나 전투 벽화를 완성하지 못할까요? 그는 말없이 4년간을 시스티나 천장화에 매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자, 다음회부터 이 궁금증들이 풀리기 시작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