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누군가에게 기부나 후원을 할 수 있지요. 기업으로서는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는 동시에 세금 혜택도 누릴 수 있어요. 기부나 후원을 받는 쪽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제3자 뇌물수수죄(제3자 뇌물공여죄)가 되지는 않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업이 기부나 후원을 할 때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기부나 후원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3자 뇌물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제3자 뇌물수수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와 관련한 형법 규정을 보겠습니다.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3조(뇌물공여 등) ①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에 기재한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규정을 읽어보니, 우선 제3자에게 기부나 후원을 한 기업으로부터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부정한 청탁을 받는 경우가 불법적 청탁을 받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물론 이 경우도 당연히 포함하지요).
부정한 청탁을 받는 경우란 공무원의 직무가 오로지 공익만 고려하여서 집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제3자의 이익(사익)에 대한 대가관계를 고려하여 집행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여전히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시지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사찰에 시주를 요청한 사례를 들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이동통신회사가 속한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당해 이동통신회사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받으면서 특정 사찰에의 시주를 요청하여 시주금을 제공케 한 경우 제3자 뇌물수수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이런 것이 바로 전형적인 제3자 뇌물수수죄입니다.
이해가 되는 김에 조금 더 이해를 해 보겠습니다.

법원은 공무원이 과연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판단을 할 때, 공무원과 제3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자 사이에서 대가관계에 관하여 당사자가 서로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를 판단합니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언급했던 기준으로 좀더 감을 잡아 보시지요.
제3자에게 이익(기부나 후원)을 하는 사람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만을 가진 정도라며 대가관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과 공무원 사이에 대가관계에 관하여 서로 공통된 인식과 양해가 있어야 합니다. 대가관계에 관한 양해가 없었다면 나중에 제3자에 대한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소급해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2313 판결).
그러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어도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이 서로 대가관계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 있으면 부정한 청탁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판결).
다만, 정상적인 기부채납의 관계라면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231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