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많고 많은 법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기사에서 5000개 가까운 법률이 있다는 내용을 본 것 같은데, 최근 법률 개수를 보도하거나 발표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네요.
민법과 그 많고 많은 법들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음악이나 미술사에서 무엇 무엇의 어머니, 아버지 많이 이야기하죠? 물론 어떤 때 어머니고 어떤 때 아버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이 맞던가요?)
저는 이 많고 많은 “법의 어머니는 민법”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민법이 모든 법의 기본법입니다.
왜일까요?
민법은 사람들 사이에 적용되는 법입니다.
명칭에서도 드러나지요.
백성 민 + 법 법 = 민법
여기서의 사람들이 상인이나 국가인 경우 이 기본법의 내용을 약간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 다른 법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 법 이름이 계속 나와서 정신이 없을 겁니다. 꼭 잡으세요.
상인이 당사자이면
상법이 적용됩니다.
기업은 영업을 하면서 거래를 자주 반복하기 때문에 그러한 성격을 반영해서 민법을 약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프로' 들의 거래관계는 조금 '냉정하게' 규율해도 된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볼까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는 법언이 있어요. 이걸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내 권리라고 해도 권리는 오랜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이 소멸시효가 상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더 짧아요. 그래서 권리가 더 빨리 소멸됩니다.
하지만 상사관계에도 민법이 대부분 적용되고, 상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을 때만 상법이 적용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상법을 민법의 특별법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당사자이면
행정법이 적용됩니다.
주의할 것은 '행정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식품위생법, 국가유공자법 등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처분을 할 수 있는 행정관계에 관해 규정하는 모든 법을 행정법이라고 구분합니다.
물론 행정관계에 관한 원칙적인 법률이라 할 수 있는 행정기본법이 있기는 합니다. 민법이 적용되는 부분 외에 행정기본법이 적용됩니다.
소송법은 법원을 당사자로 하는
행정법입니다.
국가는 국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공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민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법을 민법의 특별법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행정법의 법리는 민법에서 나왔습니다.
민법과 상법은 사적관계에 적용된다고 하여 사법, 행정법은 공적관계에 적용된다고 하여 공법이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형법은 민법과 어떤 관계일까요?
민법에 불법행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부러(고의) 또는 실수로(과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돈으로 배상을 하도록 합니다. 어떠한 불법행위는 돈으로 배상함에 그칠 것이 아닐 정도로 극악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 즉 사회나 국가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국가는 불법행위 중 일부에 대해 '범죄'라고 규정하고, 구속도 시키고 벌금이나 징역의 처벌을 합니다.
형법이 민법과 전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민법의 불법행위 중 범죄에 이르는 극악한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을 형법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을 민사법이라고 부르고, 형법, 형사소송법을 형사법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개별 법들에는
민법, 상법, 행정법, 형법의 법리가
섞여있습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을 예로 볼까요?
부동산 거래의 민법적 효력을 결정하는 규정(민법)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는 규정(행정법)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형법)
이 세 가지가 모두 하나의 법에 함께 존재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식품위생법 등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법도 민법이 기본입니다. 민법의 법리에 의해 규정을 먼저 해석하고 행정법이나 형법적인 고려를 추가합니다.
법원은 최근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민법상 무효인 명의신탁에 대해 형법상 보호할 신임관계가 아니라면서 관련자에게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법원도 판단할 때 민법적인 해석을 전제하고 그다음 법률관계 행정법이나 형법적인 특성을 추가로 고려합니다.
그런데, 민법이 아니라
헌법이 기본법이 아닌가요?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은 반론이에요.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헌법이 기본법인 것이 맞습니다. 국가의 법체계상, 법위계상 헌법이 기본법인 것이지요. 그리고 국가의 모든 법은 헌법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이 기본법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기준으로 하면, 민법이 기본법입니다. 법원리상, 법역사상 민법이 기본법입니다.
민법은 역사상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규칙이 형성되면서
시작되었고,
헌법은 국가라는 존재가 탄생하고
국가의 법체계를 정비하면서
생겨났습니다.
헌법은 명목상 국가의 기본법이지만, 실제로 국가의 기본법은 민법입니다. 헌법은 왕관을 쓰고 앉아 있으나 배후에 앉아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 것은 역시 민법입니다.
헌법 역시 민법의 원리로부터, 민법의 원리를 전제로 하여 시작되었습니다. 헌법의 내용 자체가 모든 사람이 계약(동의)한 내용이라는 관념, 즉 사회계약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건 민법의 계약 원리에서 유추된 것입니다.
국제법은 어떨까요?
국제법도 국가 간의 관계를 마치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인식하면서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국제법도 민법의 원리에서 유추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법이 등장했습니다.
상법, 행정법, 소송법, 형법, 부동산실명법, 개인정보보호법, 식품위생법, 헌법, 국제법.
이런 법들이 민법과 어떤 관계인지 대강 이해가 되었나요? 민법은 이런 모든 법들의 기본법입니다. 민법의 원리를 조금씩 수정해서 이런 법들을 만든 겁니다.
민법이 얼마나 중요한 법인지 이제 실감이 나실 겁니다. 이렇게나 중요한 민법, 인생에서 한 번쯤은 공부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