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해 관심 많으시죠?
투자를 해본 분들도 있을 것이고, 주변에서 누군가는 비트코인으로 수백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정치인의 “60억 코인” 사건으로 관심을 가지셨을지도 모르고요.

비트코인이 광기 어릴 정도로 유행했던 2018년 즈음에 당시 법무부 장관은 비트코인에 대해 “재산상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이 재산인지 아닌지, 재산상 이익인지 아닌지에 대해서조차 논란이 많았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이 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사실 법돌이인 저는 지금도 대충만 압니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넘었다고 하지요.
경제적 가치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2021년에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가상자산에 대한 재산상 이익 여부의 논란은 정리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가상자산을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의 표현을 보시죠.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거칠게 정리하면,
재산상 이익인 건 맞는데,
일반적인 자산 그리고 법정 화폐(돈을 말합니다)와는 다르다.
더구나 이 사건은,
누군가의 착오로 나의 전자지갑에 이체된 그 누군가의 가상자산을 내가 함부로 사용해버렸고, 이에 대해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이었습니다.
일명 “착오송금” 사건이라 할 수 있어요.
기존의 금융을 빗대어 이해해 볼까요?

누군가의 착오로 나의 은행계좌에 이체된 그 누군가의 금전을 내가 함부로 사용해버리는 경우와 마찬가지이지요. 이 때는 횡령죄로 형사처벌됩니다. 민사상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본다면,
가상자산을 함부로 사용해버린 경우에도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함부로 사용한 경우이니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하는데,
대법원은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
대법원 표현을 보시죠.
대법원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ㆍ처분한 경우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하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배임죄와 횡령죄가 모두 배신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배임죄의 타인 사무처리자 = 횡령죄의 타인 재물 보관자”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잘못 이체된 전자지갑의 주인은 타인의 사무 처리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 그래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지요.
한편, 착오송금 사건에서 잘못 이체된 계좌의 주인은 타인 재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됩니다.
-> 그래서 횡령죄가 성립하지요.
가상자산의 특징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의 전자지갑 = 금전의 계좌번호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금전이 착오로 송금되면, 받은 사람은 계좌에서 그 사람의 계좌번호와 이름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가상자산의 전자지갑은 다릅니다. 나에게 입금한 전자지갑 주소는 알 수 있지만, 그의 이름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사람과의 신임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반 금전은 횡령죄 인정,
가상자산은 배임죄 인정 안 됨.
대법원 논리가 이해는 되시지요?
배임죄의 본질이 "사무처리를 위탁한 사람에 대한 배신행위"로 보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대방이 누구인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배신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그런 논리. "배임죄가 말이야. 원래 그런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지요?

하지만 조금 석연치 않은 점은 있습니다. 착오로 이체한 타인의 전자지갑 주소만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는 없지만 구분되니까요. 그리고 아무런 원인 없이 가상자산이 입금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아마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법상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대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사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지요.
물론 가상자산에 관해서는 아직 법체계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기존 법체계 내에서 모두 포섭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해도, 착오로 이체한 경우에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별도의 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