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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관통하는 참 진리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by 평범한지혜

어느 지역에 재난이 발생함으로 인해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해 볼까요?

너무 심각한 재난 상황은 상상으로도 불편하니, ‘생수’가 갑자기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해볼게요.


모두들 생수를 구하느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생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생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생수를 마음껏 마실 수가 없습니다. 꼭 필요할 때만 조금씩 아껴 마시면서 지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비정한 마음으로
일단 생수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립니다.

시장의 생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구하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니 이 지역의 생수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우선,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에 부족해진 생수를 아껴서 마시게 하면서 부족해진 자원을 덜 쓰도록 합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의 진면목은 이때부터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생수 가격을 천정부지로 높이면서 사람들에게 이 지역에 생수를 공급하라고 손짓하기 시작합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생수를 공급하는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전국을 샅샅이 뒤져 이 지역으로 생수를 공급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생수가 부족하면 외국에서 수입까지 합니다.


곧 생수가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하고, 생수 가격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사람들은 예전의 가격으로 생수를 편히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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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 어떻게 생수 가격이 예전의 가격으로
회복될 수 있었을까요?

생수 공급 업자들이 생수가 부족해진 이 지역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자비심’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이기심'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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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가 부족해져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너도나도 생수를 공급하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서 시장에서의 가격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거래를 하고 경쟁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이 지역에 대대적으로 생수를 공급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 예전 가격으로 다시 생수를 마실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맥주집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유리함을 말한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상), 김수행 옮김, 제18면)


2020년 즈음일까요?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요일에 맞춰 약국 앞에 줄을 섰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온라인상에서 마스크 한 장에 18,000원 정도로 파는 걸 본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 점점 어떻게 되었나요? 공적 마스크도 공급하고, 시장에서 마스크 공급이 늘어나고 점점 가격이 안정화 되었지요. 물론 지금이야 마스크를 거의 쓸 필요가 없어져서 쓰지 않고 있지만요. 이 때도 수 백년 전에 살았던 애덤 스미스를 생각했습니다.


요즈음의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을 보면 저는 또 애덤 스미스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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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경까지 한창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오르고,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거의 일치할 정도였지요. 신규 분양이 늘어나고 재건축 승인 붐이 일어나자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역전세난을 걱정하고 있지요. 매매가격이 너무 떨어져 전세입자는 전세금을 못 돌려 받을까 걱정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세가격이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가서 집이 비어있게 될까 걱정합니다. 몇 달 새에 3억이 떨어진 곳이 있다고 하지요. 정부가 1주택만 소유하게 하고 중과세를 하는 등 온갖 규제를 해도 떨어지지 않던 아파트 가격은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거나 늘어날 기미를 보이자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데에는 대출 규제를 푸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는 있지만, 공급이 늘어난 영향도 한몫 할거라 생각합니다.


애덤 스미스 씨, 당신 도대체 어떻게 알았어? 대단해.

진정한 진리란 이런 것 아닐까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시대를 관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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