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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Feb 27. 2024

변호사라는 직업의 사회적 책무성

최근의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을 하면서 정부가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있었던 학장님의 졸업식 축사가 울림이 있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님 말씀을 요약해 보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성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 받고 이 자리 서 있는 것이다.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될 때 서울대 의대의 위대한 전통은 국민 신뢰 속에 우리나라 미래 의료·의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서울대 의대에서 배우고 익힌 것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지식과 능력을 주변과 나누고 사회로 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항상 생각하라.”


변호사도 의사와 비슷하게, 깜깜한 터널을 하염없이걸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상당한 분량의 공부를 해내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게다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인생을 저울질하고 사람의 아주 내밀한 내용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내 결정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좌우될지 모른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항상 피로합니다. 재판이나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 항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긴장되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하던 사건에 관한 고민은 종종 침실까지 따라와서 어느 때는 꿈속에서도 사건 속에 헤맵니다. 의사도 그럴 겁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경각에 달한 순간을 맞닥뜨리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은 더더욱 그럴 겁니다.


한편으로는 자격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와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쉽게 인정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이 부담되는 만큼 직업 그 자체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일이 많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의 순간에 짠하고 나타나 수호천사가 되는 멋진 경험도 종종 하게 됩니다. 이것도 의사들도 비슷하겠군요.


내가 고생해서 공부하고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만큼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내가 누리는 것들이 내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정신을 지배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때는 노력이란 것을 멈추고 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변호사라는 테두리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는 법과 제도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지기도 하니까요.


변호사로서 십여 년을 일하다 보니 변호사라는 직업도 과거보다 사회적 책무성이 약화되어가는 분위가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점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이 아이돌이나 백만 유튜브로 바뀌고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 이상 없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태어났고, 공부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과 체력, 가정환경, 부모님까지 갖춘 것은 아주 우연한 사정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지요. 내 노력이라면 어느 배우의 수상 인사처럼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질을 잘 한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회적 책무성이 큰 직업일수록 직업선택의 자유를 비롯해서 나 개인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노력이 오히려 더 많이, 더 계속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게 그 직업에 내재된 특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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