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 방조하는 사회
유튜브로 쇼츠를 멍하니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뭔가를 찾아보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10분, 30분, 1시간 가량 시간 가는 걸 잊어버릴 때도 있지요. 다만 그게 재미있다기 보다는 신기합니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사는 에스키모들이 낚시하고 밥상 차리는 영상, 중국의 쓰촨 산골 아가씨가 나무 하는 영상, 치타와 사자 중 누가 이기나 몰래 숨어 지켜보는 영상, 소주 한 잔에 얼마라며 술먹방하는 영상, 맨몸으로 줄타는 영상까지.
“저 사람들 유튜브 없었으면 심심해서 어떻게들 살았을까?”
유튜브가 아니었으면 전혀 볼 일 없던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손바닥만한 폰 화면 속에 펼쳐 집니다.
다만 유튜브를 올리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일상 공유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유튜브가 수익을 주고, 유튜버가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소위 “사이버 렉카”들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사이버 렉카는 연예인이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속 사람들의 사적인 정보, 수사 중인 사건의 정보 등을 추측하거나 과장하는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아 조회수를 올릴만한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차마 직업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이버 렉카들은 정의 구현이라 외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들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사적 제재로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들의 행위는 타인의 사생활 침해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심각하면 피해자들이 자살 등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수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립니다. 남의 고혈을 대가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가세연, 카라큘라, 주작감별사, 구제역, 전투토끼 등 요즘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몇몇은 구속되었지요.
이들 행위는 기본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것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1)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5. 28.>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협박을 통해 돈을 갈취했다면 형법상 공갈죄가 추가될 것입니다.
얼마 전 검찰총장이 이들의 범죄수익도 반드시 환수하라 강조했다고 하지요. 타당한 방향입니다. 범죄수익 은닉 및 규제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범죄인 경우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형법상 몰수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수익 몰수는 반드시 해야 하는 범죄가 아니면 검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유튜브에게 묻고 싶습니다.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가이드라인를 좀더 엄격하게 설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럴 생각이 없느냐고.
사이버렉카들의 수익 창출행위로 함께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는 수익 창출 규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공개는 안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더 엄격하게 세워 타인의 사생활 영상이나 추측성 과장된 영상을 비공개 조치를 하거나 수익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카카오 오픈채팅 창에서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지 카카오도 알 것입니다. 그 오픈채팅방이 범죄에 노출시키고, 순진한 아이들이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가스라이팅 당하고 자신 신체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그 사진 공개 협박에 다시 성관계하게 하고 그 사진들은 제작해서 공개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카카오 오픈채팅입니다.
유튜브와 카카오톡 같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매체는, 매체 자체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이용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용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채팅창 전체에 미리 범죄 소지가 있는 글이나 영상을 수시로 내리게 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에게 범죄수익을 추징해야 겠지만, 그런 플랫폼을 맘들어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카카오나 유뷰트 같는 매체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