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관련된 일들은 늘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 크게 겪었던 일은 내가 혼자 살던 집에서였다.
엄마가 어느 날 전화를 해서 물었다.
“주소 좀 써도 되겠니?”
별생각 없이 그러라고 했다.
그게 어떤 일을 불러올지 그때는 몰랐다.
어느 날 집에 낯선 아줌마가 찾아왔다.
엄마를 찾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없다고 말했는데도 그 사람은 막무가내였다.
갑자기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세탁기 문까지 열어보며 말했다.
“여기 숨어 있는 거 아니야?”
그 순간 화가 확 올라왔다.
나도 가만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결국 큰 소리로 내보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엄마의 삶에서 생긴 문제들이
어느 순간 내 삶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그 이후로도 비슷한 일들은 계속됐다.
엄마는 돈 문제로 여러 번 사기를 당했고
그때마다 내가 중간에서 정리를 해야 했다.
어떤 날은 내가 먼저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엄마는 결국 다시 갚긴 했지만
그 과정은 늘 쉽지 않았다.
갈 곳이 없을 때는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같이 살 수 있는 성향이 아니었다.
같이 살다 보니 서로 지쳐갔다.
그래서 다시 각자 살았다.
그래도 일이 생기면 결국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일들은 계속됐다.
엄마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었고
그 때문에 돈과 관련된 문제들도 몇 번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옆에서 같이 정리를 해야 했다.
그렇게 큰일을 겪고 나면
엄마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사람을 쉽게 믿었고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방문판매 아줌마에게 물건을
비싸게 사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하루 종일 잔소리를 했다.
“제발 그런 거 하지 마.”
그래도 엄마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어느 날은 친구와 함께 일을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괜히 걱정이 됐다.
“하지 마. 분명히 싸울 것 같아.”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다투고 연락을 끊었다.
남자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내 눈에 조금 걱정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말 너무 쉽게 믿지 마.”
그 정도였다.
결국 그 관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또 엄마의 집 문제나 생활 문제를
내가 같이 정리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엄마를 도울 수는 있어도
돈 문제만큼은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지금은 엄마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면 결국
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는 걸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엄마의 인생과
내 인생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선이 필요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만약 그때 내가 내 돈으로 엄마의 문제들을 해결했다면
나는 엄마를 더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냐고,
왜 또 이런 선택을 하냐고
끝없이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들은
엄마의 돈으로,
엄마의 선택으로 해결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한 발짝 뒤에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거리 덕분에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감정적인 문제는
어쩌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개입되는 순간
그 관계는 훨씬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금전적인 문제가 얽히게 되면
이해보다 원망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를 조금 더 오래 이해하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