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도 일찍 낳았다.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오빠가 다시 엄마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한 건.
사실 오빠도 엄마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예전에 엄마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한참 뒤에야 돌려받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오빠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늘 편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가 태어나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손이 많이 가고, 도움을 받을 사람이 필요해진다. 아마 그때 오빠에게 엄마는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엄마도 나름의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 손주를 봐주겠다며 오빠 집에 가서 함께 지내기도 했다. 좋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봐준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두 사람은 또 많이 부딪혔다. 함께 살면서 서로의 생활 방식이 맞지 않았고, 아이를 돌보는 문제로도 자주 싸웠다고 들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엄마 편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마음이 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부모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지, 할머니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몫은 아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의 행동이 모두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일로 엄마를 쉽게 비난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빠도 이해가 되고, 엄마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그때 엄마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어디에도 완전히 머물 수 없고, 누구에게도 온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부모라는 존재는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건 결국 자신의 시간을 조금씩 내어주며 살아가는 일이니까.
이 글을 쓰다 보니 마음 한편이 괜히 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