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일을 하다가
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그 사람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쉽게 다가왔고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는 느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관계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달랐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엄마는
처음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엄마는
여행을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차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과 만나고 나서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전국을 다녔다.
쉬는 날만 되면
어딘가로 떠났다고 했다.
그 사람에게
여행은 일상이었고
엄마는 처음으로 함께 해본 사람이었다.
엄마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했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함께 지내다 보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걸 많이 참았다고 했다.
그 사람 자체보다
그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 더 좋았던 것 같았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
마지막이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그 시간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내가 언제 그렇게 여행을 다녀보겠어.”
엄마는
그 한마디로 관계의 끝을 정리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전까지
언젠가 엄마랑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엄마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 중에
여행도 있었구나.
내 시간도
엄마의 시간도
늘 어긋나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그제야 알았다.
엄마도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나는 그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을
끝까지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엄마는
그 시간을 살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어쩌면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