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혼자 산다.
지금이 엄마가 제일 안정적이고 편해 보인다.
그래서 더 낯설었다.
지금 엄마는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중이다.
당할 수 있는 사기는 다 당해봤고
배신도 당해봤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사랑도
끝이 났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난 뒤
엄마는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집은
작고 조용했다.
처음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작아진 냉장고에는
엄마 혼자 먹을 만큼의 음식만 있었고
밥은 늘 한 그릇이었다.
작아진 집은 조용했고
항상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
그런데
하나씩 채워지는 가구만큼
그 집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이상하게도
편안해 보였다.
그 안에서
엄마는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엄마는 편안해 보였는데
나는
그 모습이 아직 낯설었다.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쉽게 미워하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엄마와 같이 살아볼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생각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 떨어져 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사소한 생활 방식부터 부딪히게 되고
그게 쌓이면
결국 감정이 상하고
다시 싸우게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우리는 그런 일로 자주 부딪혔다.
그래서 더
선뜻 시작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나는
이미 각자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엄마 집에 오면
늘 같은 냄새가 난다.
섬유유연제 냄새가
집 안에 가득하다.
그 냄새 때문인지
오늘따라 괜히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오래 머물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 집은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