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와 같이 사는 게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같이 살았을 때의 기억들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우리는
생활 방식부터 맞지 않았다.
정리하는 방식,
물건을 두는 습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주 부딪혔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크게 남아 있는 건
따로 있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일을 하지 못했고
다단계 같은 일들을 전전했다.
집에 낯선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빚 때문에 누군가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그게 늘 불편했다.
혹시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어떡하지?
같이 살다가
다시 그 상황을 겪게 되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함께 사는 걸
선뜻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지금도
엄마가 그런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나는
엄마가 아무리 아파도
같이 살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달라지지 않는 사람은
아빠 하나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를 책임지기에는
내 삶도 벅찬 사람이었고
같은 불안을
다시 겪을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살아온 삶을 떠올리면
가끔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절망 속에서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결국
여기까지 버텨낸 사람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꾸준히 일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이
예전과는 달랐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사람이 아니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괜찮을 수도 있겠다고.
엄마도
엄마의 삶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걸 조금 늦게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이
처음으로 스쳤다.
같이 살아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