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건
참 이상한 것 같다.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도
남아 있는 기억은
서로 다르다.
자기가 받아들인 만큼만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간 시간이 된다.
그래서인지
내 기억과
엄마의 기억이 다를 때면
그 자체로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빠가 나를 때렸을 때.
나는
그걸 말려주지 못한 엄마를
많이 원망했다.
오빠가 경찰에 신고해서
집에 경찰이 왔던 날도 있었다.
그때 엄마는
그들을 그냥 돌려보냈다.
나는 그것도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엄마를 원망했다.
그날도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컴퓨터를 늦게 껐다는 이유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아빠는
정신병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사소한 일로
사람을 때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
물어보고 싶으면서도
끝내 묻지 못한다.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
다시
엄마를 미워하게 될까 봐.
오빠와 나는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한다.
그때
아빠가 차라리 잡혀갔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고.
하지만
엄마에게는
묻지 않는다.
어쩌면
엄마에게는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사소한 기억부터 시작해서
우리 가족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서로의 기억이 많이 다르다는 걸
대화 속에서 종종 느낀다.
같은 시간을 살았는데도
남아 있는 기억은
서로 다르다는 걸.
그래서일까.
나는 이제
그 이야기들을
굳이 꺼내지 않는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자칫 옛날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을 멈춘다.
“그때 이야기는 그만하자.
좋은 기억 아니잖아.”
그 말 한마디면
우리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 기억들을 꺼내
확인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기억이라는 건
어차피 각자 다르게 남는 거니까.
그래서 이제는
굳이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은
내가 기억하는 방식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은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물론
상처는
지운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상처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게
나에게 더 힘들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됐다.
그래서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다 지우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덜 꺼내보는 쪽으로.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제
옛날이야기를 꺼내기보다
그냥
웃으면서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