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다.
엄마는 생각보다 오래 병원에 있었고 우리는 돌아가며 간병을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잘 버텨주었다.
퇴원하던 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들이 잠시 잊힐 만큼.
수술 이후 엄마는 보험금을 받았다.
엄마에게는 그 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평생 가져본 돈 중 가장 큰돈이었을 것이다.
그때 엄마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픈 시간을 지나며 외모에 대한 걱정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화장품 다단계 사람들을 만났다.
엄마는 화장품 회사 행사에 다녀왔다고 했다.
큰 행사장 같은 곳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고 했다.
“이 사람은 화장품 팔아서 집 샀대.”
“이 사람은 월 천 번대.”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들떠 있었다.
나는 그때도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엄마는 그곳에서 자기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엄마는 화장품 가게를 차렸다.
보험금으로.. 나는 말렸다.
“엄마, 그런 거 하지 마.
그 돈은 엄마가 아파서 일을 못 할 때 쓰라고 있는 돈이야. 그렇게 쓰면 안 돼.”
하지만 엄마는 듣지 않았다.
아마 엄마도 돈을 벌고 싶었을 것이다.
아프고 나서 더 이상
우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가게는 오래가지 못했다.
손님은 생각보다 없었고 화장품은 계속 쌓여 갔다.
어느 날 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가게 안에는 아직도 팔지 못한 화장품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결국 가게는 1년도 버티지 못했다.
엄마 인생에서 가장 큰돈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때 나는 엄마가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믿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배운 것도 많지 않았고
세상 돌아가는 방식도 잘 몰랐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더 쉽게 믿었고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그때의 엄마는 그것이 잘못된 선택인지 몰랐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엄마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서른이 넘어 재취업을 해보려고 하니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엄마의 나이 에서 새로 일을 시작한다는 건
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을 찾았던 것 같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그 선택이 엄마 나름의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엄마는 그저
뭐라도 해보려고 했던 것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