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퇴원한 뒤
아빠를 다시 보지 않겠다고 했다.
아빠는 그 말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지금도 가끔 아빠와 연락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이다.
아빠는 화가 나면
손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맞았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와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마음을 열 수는 없다.
아빠가 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감정은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병원에서아빠는 묵묵히 엄마 곁에 있었지만
엄마는 끝내
아빠를 다시 보지 않겠다고 했다.
고마움이 있어도
미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 마음을 나도 알고 있었다.
아마 나 역시
엄마와 비슷한 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퇴원하던 날
엄마의 머리는 많이 빠져 있었다.
우리 엄마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던 사람이었는데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엄마가 많이 외로워 보였다.
엄마가 집을 떠나던 날
우리는 그저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를 많이 미워했다.
엄마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아빠와는
함께 살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까지
엄마를 미워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어떻게든 우리를 키워 보려고
돈을 벌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빚도 생겼고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엄마와 아빠는
거의 매일같이 싸웠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는 모든 것을 두고
집을 떠났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보았던
모자를 눌러쓴 엄마의 뒷모습이
유난히 더 외로워 보였다.
어쩌면 엄마는
오랫동안
혼자서 많은 시간을
버텨 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