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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기억해

by 기억정원


「그 이름을 기억해」


누군가의 마음이

밤새 종이 위를 걸었다

단어는 조심스레 깎여 나무처럼 다듬어졌고

색은 눈물 섞인 물감으로 번졌다


우리는 그 끝만을 소비했다

노래의 후렴,

짧은 영상의 한 장면,

밝은 화면 속 웃음 뒤의 그림자는 보지 못했다


작은 "복사" 버튼 하나로

수십 시간의 고민과 수정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믿을 때

창작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


이름 없는 예술은 없다

단 한 줄의 문장에도

누군가의 생이 스며 있다면

그 이름을 지워서는 안 된다


창작은 나눌 수 있지만

도둑질되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빛나는 순간에

늘 이름이 함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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