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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황홀했던 순간의 기록

by 밤나무
나는 첫째와 둘째 모두 의료 개입을 최소화한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이유와 실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나에게 맞는 출산 방식을 찾다


첫 아이를 갖고 출산 방식을 찾아보다가 자연주의 출산을 접하게 되었다. 의료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모와 아기의 자연스러운 출산 과정을 중시하는 방식이었다. 가족이 출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점, 아기가 태어난 직후 캥거루케어와 수유를 하며 교감할 수 있는 점, 회음부 절개나 무통주사를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출산할 수 있는 점 등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이 끌렸던 것은 출산을 불필요하게 촉진하지 않고 아기가 자연스럽게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아기의 탯줄에 태맥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의사가 주도하는 분만이 아니라 산모와 아기가 중심이 된 자연스러운 출산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임신 출산을 경험한 지인이 없었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몰라서 용감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출산 교실 수업을 듣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의학적인 개입이 모든 출산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출산의 모습과 가까웠다. 편안한 환경에서 배우자의 지지와 조산사의 도움을 받으며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임신 기간 중에 아기를 만나는 순간을 계속 떠올리며 상상했다. 진통이 오면 숨을 길게 내뱉으며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완하는 연습을 했다. 힘들 때는 남편이나 조산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느끼며 진통을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만남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진통이 오고 가는 것은 파도가 오고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여겼다. 이런 시뮬레이션 덕분에 출산 과정에서 많이 당황하지 않고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임신 기간 저탄고지 식단과 운동


나는 임신 전부터 저탄고지 식단을 했었고, 임신 후에도 유지해도 되는지 찾아보았다. ‘기적의 식단’이라는 책에서는 임신 초기에는 당질 제한식, 임신 중기에는 적당한 키토식, 임신 후기에는 적극적인 키토식을 권장하고 있었다. 임신 초기에 엄격한 탄수화물 제한은 역효과가 있으니 탄수화물을 적당히 섭취해야 하지만, 중기부터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니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후기에는 태아의 과성장을 예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저탄고지를 해도 된다고 했다.


일본 산부인과 의사 무네타 테츠오의 저서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에서도 태아는 포도당이 아닌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설명하며, 임산부 역시 저탄고지를 통해 케톤 수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나도 임신 기간 중 입덧이 있던 초기를 제외하고는 저탄고지 식단을 이어갔다. 덕분인지 첫째 임신 때는 몸무게가 7kg 늘었고, 둘째 때는 8kg 정도 느는 데 그쳤다. 밀가루, 가공식품, 카페인을 끊으니 더 건강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기를 충분히 먹었고, 사골국이나 미역국 같은 국물 음식도 자주 챙겼다. 기본적으로는 골고루 먹되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썼고, 덕분에 철분제를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철분 수치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를 제외하고는 만삭 때까지 운동을 꾸준히 했다. 체형이 변하면서 허리에 부담이 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첫째 임신 때는 수영과 필라테스를 했는데, 아침마다 수영장에서 중급 강습을 받으며 부력 덕분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즐겼다. 필라테스는 그룹 수업으로 스트레칭과 코어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 둘째 임신 때는 헬스장에서 PT를 받다가 F45라는 인터벌 트레이닝 그룹 운동을 병행했다. PT로 기본 체력을 기른 뒤 F45에서 조금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다행히 주치의와 조산사가 운동을 많이 하도록 격려해주어서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운동 덕분에 임신 기간 중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고, 남편이 봤을 때도 내 자세가 바르게 유지된 편이었다. 배가 나오면 허리 자세가 무너지기 쉬운데, 코어 힘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던 것 같다. 출산 과정에서도 체력이 바탕이 되니 크게 힘들지 않았다. 출산 후에도 신생아를 안고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면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인데, 나는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었다. 물론 조산 위험 등으로 운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조금씩 해보는 것도 좋다. 엄마에게도 아기에게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출산과 회복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첫째 출산 이야기


첫째 출산은 36주 1일이 되는 날 새벽 1시경 양수가 샌 것으로 시작되었다. 며칠 전 정기검진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었기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출산 가방도 싸지 못한 채 부랴부랴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 양수 파수가 맞았고, 새벽 2시경 자연주의 출산실에 입원했다. 진통이 오기 전이었기에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남편은 보호자 침대에서 잠시 자도록 하고 나도 누웠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진통이 찾아왔다. 새벽 4시 30분쯤에는 강도가 세져서 남편을 깨웠고, 조산사를 불렀다. 진통으로 인한 고통보다도 아직 36주 1일밖에 안 된 시점이라 뱃속의 아기가 힘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아기가 지치지 않고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호흡에 집중하며 진통을 견뎠다.


자연주의 출산의 가장 큰 장점은 진통 중에도 이완을 도울 수 있는 자세와 호흡법, 마사지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조산사의 코칭에 따라 남편이 열심히 골반 마사지를 해주어 진통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었다. 진통이 올 때마다 세상에 나오려 애쓰는 아기를 떠올리며 최대한 몸을 이완하려고 노력했다.


첫째였음에도 진행이 생각보다 빨랐고, 몇 차례 힘주기 끝에 아침 6시 조금 넘어 아기를 만났다. 2.75kg의 작은 몸이었지만, 붉고 따뜻한 피부의 아기를 가슴 위에 안으니 황홀한 감정이 몰려왔다.


둘째 출산 이야기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고민 없이 자연주의 출산을 택했다. 이번에는 첫째까지 함께하는 출산이었기에 더 설레고 동시에 걱정도 됐다. 임신 후기에 조산이 걱정되어 활동량을 줄인 것 외에는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과 식단을 유지하며 생활했다.


37주 4일이 되던 날 새벽, 다시 양수가 흘러나왔다. 자고 있던 첫째와 남편을 깨워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번 출산과 달랐던 점은 출산을 위해 누워 있던 침대에 첫째도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진통이 와서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첫째가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해서 웃음이 났다. 그렇게 첫째와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진통도 금세 지나갔다. 마지막 힘주기 순간에도 첫째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내 곁을 지켰고, 의사 선생님도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출산 직후 내 품에 안겨 있는 둘째를 바라보던 첫째가 갑자기 가위바위보를 제안해 자리에 있던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둘째여서 진행은 더 빨랐다. 새벽 2시쯤 입원해서 3시가 조금 넘어 2.95kg의 아기를 만났다. 붉은 피부에 젖어 있는 아기를 본 첫째는 처음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웃어주었다.


임신 기간에도 첫째에게 뱃속 아기에 대해 설명하곤 했지만, 실제로 출산 과정을 보는 경험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첫째는 “엄마 뱃속에서 동생이 나왔다”라며 그때를 회상하곤 한다. 첫째를 출산에 참여시킨 것이 가족으로서 유대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때는 처음이라 두려움 속에서 황홀함을 느꼈다면, 둘째 때는 경험 덕분에 더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첫째와 함께한 출산은 더없이 편안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출산 후 회복과 일상 복귀


첫째와 둘째 모두 출산 후 조리원에 가지 않고 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둘째 때는 첫째 돌봄도 필요했기에 더욱 빨리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자연주의 출산 덕분에 출산 직후에도 큰 무리 없이 첫째를 안아주고 놀아줄 수 있었다. 회복이 빠르고 자연스러웠다는 점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마무리하며


두 번의 출산은 모두 나에게 황홀한 순간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특별한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믿고 가족과 함께 과정을 받아들이는 경험이었다. 식단과 운동으로 준비한 시간, 의료 개입을 최소화한 출산의 과정, 그리고 출산 후 빠른 회복은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한 순간들은 다시 돌아봐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출산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길이지만, 몸과 마음을 믿고 받아들인다면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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