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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r 02. 2021

불행하지 않다면 믿으시겠나요?

14번째 새로운 병의 발견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베체트, 혈관성 두통, 섬유 근육 통증, 자율신경 실조증,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 역류석 식도염, 위염, 부정맥, 목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안녕하세요. 강나루입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이나 지나가시며 눈팅만 하시는 분들 중에도 제가 몸이 많이 아픈 환자라는 걸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자세히 모르시거나 처음 글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지금 앓고 있는 모든 병명들을 위에 어 봤어요.


제가 워낙 많이 얘기해서 베체트와 CRPS가 희귀성 난치질환라는 , 그냥 쉽게 말해 불치병인데 저도 제가 안 아팠으면 세상에 이런 병이 있는 줄 알지도 못했을 니다.

남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불치병을 는 뭐가 좋다고 가지씩이나 얻게 되었는지 정말 안타깝고 속상하고 원통하기 그지없습니다.

병원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있는 케이스라고 얘기니다. 

 아프기는 또 얼마나 아픈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원한 바는 아니지만 이쯤 되면 환자 계통의 얼리어답터쯤 되려나요.


자율신경 실조증은 말 그대로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저절로 알아서 조절하는 스템망가진 니다. 예를 들자면 씻고 나오자마자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추우면 옷을 벗어야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나면 옷을 껴 입어야 땀이 멎어요.

아무 데서나 기절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안 그래도 아픈 몸이 성한 데가 없어요.


13가 지병이 모두 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줄줄 릅니다.

평범하다 못해 족한 제가 감당하기 너무 개성이 강한 병들 뿐이에요.

그러고 보니 독한 약들 덕분인지 감기를 앓지 않은지 5~6년은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번 하소연에 제가 동력을 잃은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많이 아팠습니다.

돌발통도 평소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두통이 다른 양상으로 심하게 번지며 통제가 안돼 이런 경우에 먹는 아주 독한 약도 듣지 않았어요.

오른쪽 눈이 두통과 함께 너무 아파서 5일 정도 버티다 결국 어젯밤에 응급실에 가게 됐습니다.


처음엔 베체트에 따라오는 '비감염성 포도막염'이 아닌가 의심했었습니다.

베체트가 자가 면역질환이고 항상 몸에 염증이 있는 병이라 이 포도막염이 눈에 한 번 발병하면 수도 없이 재발하게 되고 실명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실명

이 두 글자가 너무 무서웠어요.

제게 실명은 단순히 앞을 못 보게 되는 그 의미 이상이라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실 테니까요.

'브런치'라는 산소통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단 얘기고 그건 곧 제게 더 이상 살지 말라는 얘기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기초 검사와 바늘만 보아도 숨는 혈관 찾아 삼만리를 하며(CRPS 때문에 왼쪽 팔에서만 혈관을 찾을 수 있고 7년 넘게 학대? 당한 왼팔 혈관은 바늘만 보아도 꼬불꼬불 숨어 버리고 어쩌다 꽂는 경우엔 링거줄을 연결하자마자 여지없이 '풉'하고 터져 버리고 맙니다.) 하룻밤을 넘기고 CT, 안과 정밀검진 등 끝내고 천만다행으로 포도막염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리고 주치의로부터 응급실 퇴실 order만 기다리면 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퇴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기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오더니 MRI 검사 order가 내려왔다 얘기를 전하더군요.

뜬금없는 소리에 아했지만 조영제 부작용을 설명하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검사인 MRI (소리가 너무 크고 좁은 통 안에서 움직일 수 없게 검사를 해서 불안장애와 폐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항상 발작할 것 같은 기분 일보 직전에 검사가 끝나요. 저는 머리 이상 들어가게 검사하려면 수면 마취가 필수예요.)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두 시간 가까이나 지나서야 응급의학과 주치의는 얼굴을 비췄고 오늘 내가 내원한 이유에 대해 다시 자세히 묻고, 증상을 확인하고, 검사한 것들을 체크하고, 결과가 나온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하던 도중에 처음으로 진단한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가고 시 한번 포도막염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준 후에 절 깜짝 놀라게 하는 말을 하더군요.


"오늘 고생 많이 하셨는데 제가 최대한 빨리 뇌신경과 예약을 앞당겨 드리겠습니다. 환자분 오른쪽 머리에 꽈리가 있어요. 뇌 동맥류가 있습니다. 교수님 하고 상의해 보시고 입원과 수술 날짜 상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과 저는 토요일 밤 10시부터 일요일 낮 12시 10분에 이 얘기를 듣기까지 검사에 불려 다니고 만나러 올 의사를 기다리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이 말을 이해하는데 5~6초 정도의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제대로 된 질문 한 가지도 하지 못한 채 퇴원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병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좋은 소식이 아니란 건 확실하네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화요일이고 외래 예약은 이번 주 목요일 2시 반이네요.


집에 돌아와 차분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딱히 궁금한 것도 없습니다.

궁금해봤자 사이즌데 바로 입원 안 시킨 거 보니까 그리 큰 거 같진 않요.


남들 아픈 것도 다 아프고 남들 안 아픈 것도 다 아픈 제게 14번째 병명이 추가됐습니다.


뇌 동맥류.


제가 수술 잘 받고 회복 잘하여 하루라도 빨리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저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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